정부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일부 해제할 전망이다. 장기간 집값이 크게 하락하며 거래까지 말라버린 대구에서는 규제지역 해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제지역 지정·해제를 검토한다고 발표하자 대구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에 활기가 돌고 있다. 대구 중구 남산동의 A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그간 거래는 커녕 문의도 없다시피 했는데, 규제지역을 다시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니 하루에 전화 수십통을 받았다"며 "매도인도, 매수 대기자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동구 신천동 B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지역 내 갈아타기와 외지인의 투자 문의가 쏟아졌다. 급급매로 나온 매물에 바로 계약금을 넣은 고객도 있다"며 "달에 (매매) 계약 한 건 따기도 어려웠는데 이제 사무소 임대료 걱정은 덜겠다"고 안도감을 드러냈다.
대구 집값은 정부가 2020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뒤 맥을 추지 못하다 지난해 11월부터 반년 넘게 내리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대구 집값이 올해 누적 2.97% 하락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대구 달서구는 4.79% 하락하며 전국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고 집값이 계속 내려가면서 거래량도 급감했다.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직전인 2020년 9월 1만2306건, 10월 1만372건에 달했던 대구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795건 △2월 861건 △3월 1075건 △4월 987건 등 매달 1000건 안팎에 그치고 있다. 매물 적체도 나날이 심화했다. 올해 1월 1일 2만5782건이던 아파트 매물은 지난 22일 3만2584건으로 31.28% 증가했다.
분양 시장 상황도 나쁘긴 마찬가지다.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전국 최고 수준인 6827가구(4월 기준)에 달한다. 올해 1~4월 평균 청약률도 0.6대 1에 불과했다. 미분양 축적, 거래량 감소, 가격 하락 등이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침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지역 내에서는 규제지역이 해제될 경우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다만 규제지역 해제가 투기 증가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급물량이 많다는 점도 가격 급등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은 대구의 적정 수요를 1만1883가구로 평가했다. 하지만 △2020년 1만3660가구 △2021년 1만6904가구 등 적정 수요를 넘어서는 물량이 공급됐고 올해도 1만981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2023년 3만3752가구 △2024년 2만804가구 입주도 예정됐다. 5년 동안 적정 수요의 2배 수준인 10만5000가구가 공급되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규제지역이 해제되면 투기수요가 유입돼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규제지역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구의 경우에는 적체된 매물과 공급 물량이 많아 시장이 불안해질 우려가 적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 규제 완화'"라며 "규제가 일시에 풀리면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충격이 적은 지역부터) 단계적인 해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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