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구심이 의혹으로 커진 건 두 시간 뒤였다. 이미 난 인사의 보직을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첫 명단에 없던 사람이 중앙경찰학교장으로 내정되고,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장에 내정된 사람이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복잡한 보직 번복이 이뤄진 것이다.
책임을 놓고 낯 뜨거운 ‘네 탓 공방’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경찰은 오후 10시께 보직 변경에 대해 “경찰의 행정상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가, 1시간 뒤 입장을 180도 바꿔 “행안부에서 잘못된 자료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행안부는 다음날 장관까지 나서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경찰이 공지했다”고 반박했다.
누구 잘못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아직 어느 쪽도 ‘내 탓’이라고 시인하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확실한 건 급작스러운 인사와 책임 공방이 국민들 눈엔 양측의 ‘파워 게임’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행안부가 권고안을 발표한 날과 같은 날에 인사를 낸 것은 반발하는 경찰을 제압하려는 듯한 제스처로 비치기 십상이다. 초유의 보직 변경을 두고 “경찰 군기 잡기를 위한 한밤의 기습작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경찰 제도개선 권고안이 정치적 뉘앙스를 풍기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등 행안부의 경찰 조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만 담긴 탓이다. 시민 사회와 경찰은 즉각 “행안부가 경찰을 휘어잡으려는 정치적 통제”라며 반발했다. ‘자치경찰제’ ‘정보경찰 개혁’ 등 민주적 통제 방안으로 거론됐던 내용은 모두 빠졌다. 한 시민 단체 관계자는 “경찰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 있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경찰청이 독립한 뒤 30여 년간 민주적 통제장치인 국가경찰위원회는 유명무실했고, 경찰은 종종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비선 통제를 받아왔다. 게다가 이제는 검찰이 누렸던 수사권까지 거머쥔 마당이다. 권력의 오남용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건 시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정상적 절차다.
뜬금없이 한밤 인사 발표를 한 것도 모자라 인사안을 번복하는 초보적인 실수로 ‘개혁의 정치화’란 시선을 자초한 건 아닌지 행안부는 되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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