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주52시간제' 손본다…'연장근로 한달 총량 관리제' 도입

입력 2022-06-23 10:59   수정 2022-06-23 11:08



윤석열 정부가 경직된 주52시간제도를 해결하기 위해 1주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시간을 한달 단위로 유연하게 사용하는 총량 관리제도를 검토 중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새로운 사항으로, 지금까지의 내놓은 노동 관련 정책 중에서는 가장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노동계와 거대 야당의 반대를 넘어 실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장근로 시간 총량관리제는 경영계가 주장해 왔던 사항이라 노동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그 외에는 기존 노동개혁안으로 제시돼 왔던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윤정부의 노동개혁 색깔을 알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브리핑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밖에도 △정년 연장 △직무급제 도입 △사회적 대화 추진 등 세부 개혁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주 12시간'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
이 장관은 "현행 주52시간제가 IT?SW 분야 등 신산업이나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변모한 기업 현실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경직된 주52시간제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4월 유연근로제를 보완하는 등 보완조치를 했지만, 여전히 유연근로제 활용률은 10%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에서 현재 '1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한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새로운 사항으로 경영계가 주로 주장해 왔던 내용이다.

현행법상 1주 근로시간은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최대 52시간이며, 연장근로는 12시간 이상 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대로 연장근로를 한달 단위로 운영하게 되면 한달 동안 1주 평균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만 넘지 않는 다면 특정 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해외 주요국을 봐도 '주 단위' 초과 근로 관리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는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은 연장근로를 월 45시간, 연 360시간의 단위로 관리하며, 독일이나 프랑스 등은 일정 기간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주 평균 연장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1주 연장근로 12시간을 한달 30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 52.1시간"이라며 "이론적으로는 52.1시간을 특정 주에 몰아서 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중공업 분야 등에서 급하게 주문이 들어와도 연장근로를 하지 못해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사태 등 기업의 애로사항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다만 이는 법개정 사항에 해당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과도한 근로시간으로 인한 과로, 건강권 침해를 걱정하는 노동계와 야당의 강력한 반발 예상돼 실제로 실현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전일 근로와 다음날 근로 사이 11시간의 휴게시간을 강제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 등도 함께 준비 중"이라며 "세부 정책은 고용부의 구성할 연구회에서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방안도 마련한다. '근로시간계좌제'는 업무량이 많을 때 근로자가 초과근무를 통해 초과시간을 저축해두고, 일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독일 등에서는 단체협약에 따라 도입할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는 적립 근로시간의 상?하한, 적립 및 사용방법, 정산기간 등 세부적인 쟁점사항을 설계해 본격적으로 해당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도 확대한다. 현재 기본 1개월, 연구개발 분야만 3개월로 제한된 정산 기간을 차츰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스타트업이나 전문직 등의 근로시간제 대해서도 재검토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인 전문직의 근로시간 제한을 완화해주는 방안 등을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다.

고용부는 별도 배포한 Q&A 자료에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방안 등이 같이 논의되면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틀을 지키면서도 시대적 흐름과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공급제 폐지하고 직무급제 도입, 정년도 연장
정부는 정년 연장도 추진한다. 이 장관은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며 "정년 연장 등 고령자 계속고용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정년연장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합리적 임금체계 도입을 가로막는 호봉제(연공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정년연장과 기업의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가로막는 주범이 호봉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100인 이상 기업체 중 호봉급 운영 비중이 55.5%, 10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70.3%며, 특히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차이가 2.87로 호봉급제의 '본산'인 일본(2.27배)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공이 아니라 직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제 도입이 정년 연장이나 합리적 임금체계 도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직무급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Onet처럼 800여개 직업에 대해 임금정보·수행직무 등을 제공하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실태분석, 개별 기업 컨설팅 등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직무급제 도입 목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면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임금체계 및 인력운용 실태조사'에서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근로자 간 이해관계 대립(38.2%)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사 합의(33%) 등이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에 장애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장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정책적?제도적 해결과제를 살피겠다"며 임금체계 개편 절차 완화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는 점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는 이런 일련의 '노동 개혁'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맡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7월 중 발족한다는 방침이다. 10월까지 4개월간 운영되는 연구회는 실태조사, FGI, 국민의견수렴 등을 통해 구체적인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에 대해 기존에 추진됐던 고용노동 정책을 톺은 수준으로 윤정부 표 '노동 개혁'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현실화 가능성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정식 장관은 "노사정이 함께 모여 폭넓은 개혁의제를 발굴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아 나가는 사회적 대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 기구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용부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서 밝힌 근로시간 제도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며,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노사관계의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으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 법 개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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