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현 상황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했던 오일쇼크 때와 유사하다고 보기도 하는데 전 세계 가치사슬이 얽혀 있어 훨씬 큰 위험이 닥쳐올 수 있다"면서 "그야말로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계기비행(計器飛行)'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계비행(視界飛行)'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건전성 비율 규제 등 다양한 감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사의 취약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금리·환율 급등으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및 회사채시장의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유동성 관리 실태 점검을 강화하고,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는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충해 나가도록 지도하겠다"며 "외환 수급 여건 악화로 'ELS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 위험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외화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금리 인상 충격으로 금융회사의 신용 손실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원장은 금융시스템 복원력 제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개별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와 부실이 다른 업권으로 전이되고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며 "이에 금융시장 이상징후 조기 포착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스템 리스크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 긴급 시장 지원 방안을 마련해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속도감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금융시장 선진화를 통한 경쟁력 지원에도 힘쓸 것을 피력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 선진화를 통한 우리 경제의 근본적 경쟁력 지원에도 앞장설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 혁신 방침에 적극 동참해 '금융규제 혁신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금융규제 혁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해 나가겠다.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혁신산업과 기존 금융산업이 조화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민·취약계층이 금리 인상, 자산시장 가격 조정으로 과도한 상환 부담을 겪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등 정책 집행의 균형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미국의 전(前) 국방부 장관 럼스펠드의 언급처럼 지금 우리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Unknown unknowns). 전례 없는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는 기존의 시각이나 감독 수단으로는 다가오는 위험을 놓칠 수 있다"며 "금감원은 조그마한 리스크에도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잠재된 위험이 가까이 와있을 수 있음을 유념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피력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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