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세운'…도심 스카이라인 바꾼다

입력 2022-06-23 17:16   수정 2022-06-24 08:21


“고층 건물이 모습을 속속 드러내 세운지구가 달라지는 게 실감이 납니다. 입주를 시작하면 주변 상권도 다시 활기를 띨 겁니다.”(세운상가 내 상인)

서울 중구 을지로3가와 청계천 사이 ‘세운 3구역’. 좁은 골목과 저층 노후 상가가 밀집한 세운상가 옆 곳곳에선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주거복합단지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2개 동이 올라서 있다. 단지 뒤편으론 생활형 숙박시설 ‘세운 푸르지오 G-팰리스(옛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 공사도 진행 중이다.

도심 내 대표 낙후지역으로 인식돼 왔던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있다. 장기간 표류하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세운3구역과 세운6구역 중심으로 주거·오피스 기능을 갖춘 고층 복합단지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어서다. 인근 세운4구역·수표구역 등도 본격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대가 4000여 가구 규모의 주거복합타운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내년 초 잇따라 입주하는 세운3·6구역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세운상가를 끼고 있는 세운지구는 43만9000㎡에 달하는 서울 도심의 최대 개발 지역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3구역과 6구역이다. 한호건설그룹이 2016년부터 2026년까지 3700여 가구 규모의 고급 주거시설, 프라임 오피스, 녹지광장 등 복합주거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운상가와 맞닿아 있는 세운3구역에선 지난 4월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이 공급됐다. 지하 8층~지상 최고 27층, 2개 단지, 102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다. 도심 내 신규 주택 공급이 거의 없다 보니 당시 일반분양 아파트 429가구 모집에 청약 경쟁률이 평균 27 대 1로 높았다. 같은 구역에서 ‘세운 푸르지오 G-팰리스’가 분양 중이다. 지하 6층~지상 20층, 생활숙박시설 756실(전용면적 21~50㎡)로 이뤄진다.

을지로4가역 인근 세운6구역에는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가 내년 1월 입주할 예정이다. 아파트 321가구, 도시형 생활주택 293가구다. 단지 옆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198가구)과 오피스텔(366실) 복합단지인 ‘세운 푸르지오 더 보타닉’이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한호건설그룹 관계자는 “사대문 안은 업무환경과 주거환경이 뛰어나 선호도가 높지만, 주변에 노후 단지가 몰려 있어 신축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세운지구 일대에 복합단지가 들어서면 예전처럼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표 ‘도심 정비’ 수혜 지역
세운지구는 4선 연임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도심 정비 전략에 힘입어 일대 정비사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4월 오 시장은 사대문 안 도심을 고층 빌딩과 공원 중심으로 개발하는 ‘녹지생태도심’ 전략을 내놓으면서 종묘~퇴계로 일대(세운지구)부터 재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세운지구는 2006년 오 시장이 취임하면서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이후 2009년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을 통합 개발하는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박원순 시장 취임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이렇게 방치된 세운지구는 도심 내 낙후 지역으로 전락했다. 2019년 ‘을지트윈타워’가 준공된 이후에야 일대 정비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오 시장이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면서 재개발 기대가 커졌다.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행사인 종로구 ‘세운4구역’에 호텔과 오피스텔, 오피스 등을 복합 개발하는 사업을 내년 3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세계유산인 종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수차례 제동이 걸렸지만 다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인근 공인중개 대표는 “오랜 기간 도심 개발이 멈춰서면서 빠르게 슬럼화돼 일대가 저평가된 상태”라며 “노후 건물 위주다 보니 거래 자체가 없고, 재개발을 염두에 둔 문의만 많다”고 말했다.

다만 세운지구의 중심축인 세운상가 개발은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상가 지분 문제가 복잡한 데다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이 상당수여서 주민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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