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순매도 물량은 650억원어치에 불과했지만 지수는 크게 미끄러졌다.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적은 순매도 물량에도 시장이 출렁였다. 이날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8조7110억원에 불과했다. 1년 전(15조4400억원) 대비 반토막난 규모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640억원, 1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개인의 반대매매와 손절매 물량도 지수를 압박했다.
2차전지 관련주의 낙폭이 도드라졌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은 9.73% 급락했다. 엘앤에프(-9.50%), 에코프로(-7.54%), 천보(-4.85%)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공포 심리가 짙어진 상황에서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을 2주간 중단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 팀장은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그동안 약세장에서도 비교적 잘 버텨주던 2차전지 관련주의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고 분석했다. 게임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신작 ‘미르M’을 정식 출시한 위메이드는 20.80% 급락했다. 게임 과금 수준이 지나치다는 사용자들의 비판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조4226억원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2조3208억원)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코스닥지수는 유가증권시장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테마주로 묶인 미디어·게임주가 지수를 견인했다. 일부 NFT 관련주 가운데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넘기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실적 대비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형성된 성장주가 금리 인상 국면에서 더 강한 조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지수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인 개인이 추가 매수 여력은커녕 반대매매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반대매매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지수는 저점을 경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이슬기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