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이 그만 올랐으면 좋겠어요. 마트에 올 때마다 무서워요.”
지난 17일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대형마트에 온 40대 주부 케이티 매커너는 우유, 계란, 빵, 시리얼 등 10종 남짓의 먹거리만 간단히 담았다. 매커너는 가격표를 살피며 몇 번이나 물건을 집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1주일에 한 번 장을 보는데, 조금만 사도 200달러(약 25만원)를 훌쩍 넘긴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4월 8.3%, 5월 8.6%로 약 4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기록적 물가 상승이 평범한 주부의 장바구니까지 강타하고 있다.
대형마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물건이 싼 중저가 슈퍼마켓 체인점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의심스러울 정도로 싼 가격’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리들은 1년 새 매장을 50곳 이상 더 열었다. ‘미국판 다이소’ 달러트리도 올 들어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 다만 이들 업체도 원가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달러트리는 대부분 제품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해 온 정책을 포기하고 1.25달러로 올렸다.
갤럽의 4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2%는 생활비 부담이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라고 답했다. 1년 전 조사에선 같은 대답이 8%였다. 바클레이스의 신용카드 자료 분석을 보면 미국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지난 4~6주 동안 서비스 소비를 줄였다. 서민과 부자를 가리지 않고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의 밸브를 조이면서 유럽도 직격탄을 맞았다. 독일 휘발유 가격은 1년 새 40% 넘게 뛰었고, 빵과 고기 역시 10% 이상 올랐다. 중동 최대 밀 수입국 중 하나인 이집트는 곡물값 급등에 휘청이고 있다. 이집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13.1%, 5월 13.5%로 두 달째 두 자릿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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