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을 주력으로 개발하는 티에치팜의 한태희 대표이사(사진)는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성분의 약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환자들이 잘 먹어야 약의 가치가 발휘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2020년 11월 설립된 티에치팜은 당뇨, 고혈압, 비만 등 대사성 질환 대상의 개량신약과 용도창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현재 당뇨-고혈압 복합제를 개발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 'THP-001'을 진행 중이다. 쉽게 말해 각각 먹어야 하는 당뇨약과 고혈압약을 통합해 한 알 형태로 먹을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같은 복합제는 대표적 '개량신약'이다. 개량신약이란 기존에 있던 약을 조합해 개선된 효과를 내는 약으로, 신약 개발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덜 들고 성공률도 약 40배 높다. 성공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스타트업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본금을 마련하는 토대가 된다.
특히 투자가 곧 연구 결과로 이어지는 제약 시장에서 개량신약은 소규모 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개량신약 시장은 국내 최초 개량신약을 내놓은 한미약품 이후 급성장했으며 여전히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20년 업력의 한 대표가 이 분야에 뛰어든 이유다.
티에치팜은 개량신약 중에서도 당뇨-고혈압 복합제 개발에 힘쏟고 있다. 대사성 질환 시장은 레드오션이지만 그만큼 시장이 커 해볼 수 있는 게 많다고 판단했다. 한 대표는 당뇨 환자의 70%가 고혈압을 동반하는 가운데 매번 두 가지 약을 챙겨 먹기 번거로운 현실에 주목했다.
물론 당뇨-혈압약 복합제를 개발하는 업체가 티에치팜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티에치팜의 경쟁력은 환자들이 잘 먹는 약을 만들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한 대표는 귀띔했다.
"약이 너무 쓰거나 커서 목 넘김이 어려우면 환자들이 잘 먹지 않거든요. 약을 콤팩트하게 만드는 것도, 코팅해서 쓴맛을 없애는 것도 모두 기술입니다. 먹기 좋은 약은 결과적으로 복용률과 치료 효과를 높입니다."
어떤 제형이 타깃 장기에 더 효과적일지에 대한 개발 경험이 풍부한 점도 티에치팜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제형은 먹는 약, 바르는 약 등 다양하다. 액체형, 고체형 등으로도 나뉜다. 티에치팜은 타깃 장기별 적합한 제형을 찾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장기가 약물을 잘 흡수하는 방법을 알고 필요한 시스템과 인력, 제제·가공 기술 등도 갖췄다. 관련 컨설팅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티에치팜은 THP-001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기까지 약 4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026년까지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빠르면 4년 안에 파급력 있는 제품을 론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제 연구는 마쳤고, 비임상 연구 단계를 70%가량 진행했다. 남은 과제는 임상 1상과 3상 시험이다. 개량신약은 신약과 달리 기출시된 제품으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임상 2상 시험은 거치지 않아도 된다.
티에치팜은 당뇨-혈압약 복합제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뒤 이 약에 심부전 치료 효과(적응증)를 추가한 '용도창출 신약'을 개발할 계획도 있다. 10년간 당뇨와 고혈압을 앓다 보면 심장에 무리가 올 가능성이 높아 추가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감안해 심부전 등 심장 관련 질환에 효과적인 성분을 담은 약물까지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THP-001 외에 눈에 띄는 진전이 있는 프로젝트는 'THP-003'다. THP-003은 비만 치료제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POC(콘셉트에 대한 증명)'라고 하는 제제 컨셉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제제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이후 설계된 완제 생산(Drug Product·DP)을 토대로 비임상 연구에 나선다.
한 대표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기초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성과가 있는 게 THP-001과 003이다. 다른 프로젝트도 연구 결과에 따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개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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