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풀이
無 : 없을 무
愧 : 부끄러워할 괴
我 : 나 아
心 : 마음 심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를 돌아봄
- 《명나라 정치가 유기(劉基)》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겸양지심(謙讓之心)은 유가(儒家)의 큰 덕목이다. 맹자는 인간 본성에 네 가지 선한 씨앗이 있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가 겸양지심, 즉 예(禮)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인 인(仁),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의(義),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인 지(智)와 함께 사단지심(四端之心)에 속한다.
군자의 손가락은 자신을 가리키고, 소인의 손가락은 남을 향한다. 소인은 일이 잘못되거나 허물이 생기면 그 탓을 남에게서 찾는다. ‘네 탓이오’를 입에 담고 산다. 명나라 정치가이자 시인 유기(劉基)는 이런 소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뜻을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구할 뿐이다.(豈能盡如人意 但求無愧我心)”
무괴아심(無愧我心)은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는 뜻으로,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자기 스스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무괴아심은 《대학》 《중용》에 나오는 신독(愼獨)과도 맥이 닿는다. 신독은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그러지지 않게 스스로 삼가는 것을 뜻한다. 마음을 들춰봐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율곡 이이는 신독을 배움의 시작으로 봤다.
가고가하(可高可下)의 직역은 ‘높아도 가하고 낮아도 가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벼슬이 높아도 거만하지 않고 낮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그러니 가(可)는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마음이다. 높아도 오만하지 않으니 부끄럽지 않고, 낮아도 비굴하지 않으니 그 또한 부끄럽지 않다.
내가 나를 높이면 오만이 된다. 그건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만이다. 천학비재(淺學菲才: 배운 게 적어 재주가 하찮음)하다고 스스로를 낮춰도 남은 나를 알아본다. 군자는 허물을 자기 안에서 찾는다. 세상은 눈이 밝다. 내 안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그 내면의 맑음을 귀신처럼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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