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 부장인 김모 씨는 기자와 만나 최근 부서 사원과의 에피소드를 꺼냈다. 김 씨는 "요즘 사원들이 상대방에게 전화할 때 극도로 긴장하고, 전화벨이 울리면 깜짝 놀라 심장이 철컹 내려앉는다고까지 하더라"라며 "이런 이유로 상대방에게 용건이 있으면 전화보다는 카카오톡으로 한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요즘 세대들이 다 그러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직장에 다니는 유모 씨도 전화 통화가 두렵다고 털어놨다. 유 씨는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 내가 받을 상실감이나 실망감이 너무 커서 주로 카톡을 보낸다"며 "상대방도 전화 말고 카톡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 처리도 전화보다 메신저나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디지털 기술 발전 또한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이 대세가 되면서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또한 많아졌다. 실제로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 콜포비아를 겪는 이유에 대해 성인남녀 58.2%가 '전화보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문자 등 비대면 소통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비대면 소통이 더욱 일반화되면서 콜포비아를 겪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특수'를 누린 대표적인 서비스가 '배달 앱'이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2020년 연간 결제금액 추이는 12조2008억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조9527억원보다 약 75%가량 증가했다.
이 말고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비대면 소통과 관련한 사례가 많다. 무인 매장이 많아지면서 모든 주문을 키오스크를 통해 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메시지로 소통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시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교수는 "아무리 비대면 사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간에 직접적인 소통을 계속해서 피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사람과의 소통을 편하게 생각하면서 '너무 긴장하지 않기' 등 아주 사소한 것부터 목표를 세워보면 콜포비아를 극복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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