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프로그램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방송사 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 구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극적인 소재만을 쫓는 일부 도 넘은 행태에 시청자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작품은 iHQ '에덴 : 본능의 후예들'(이하 '에덴')이다. '에덴'은 처음 만난 남녀가 직업, 돈, 나이 어떠한 조건도 밝히지 않은 채로 한 공간에 모여 오로지 마음이 끌리는 대로 행동하며 사랑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인 연애 예능프로그램과 소재는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에덴'은 론칭 당시부터 한국판 '투핫'을 표방하며 화제 몰이에 나섰던 만큼, 높은 선정성으로 차이를 뒀다. 다만 '투핫'이 19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에덴'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청소년들도 시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에덴'의 시청 등급에 의아함을 표하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과한 노출과 선정성 탓에 눈살이 찌푸려졌다는 것. 실제로 첫 방송부터 남녀 출연진들은 수영복을 입고 만났다. 카메라가 일부 신체 부위를 과도하게 클로즈업해 MC 이홍기 역시 여러 차례 당황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출연진들은 맨살을 맞대며 짝피구에 나섰다. 더 놀라운 것은 남녀 혼숙. 게임에서 이긴 사람에게 '권력자'라는 닉네임을 붙였고, '침대 결정권'을 부여했다. '침대 결정권'이란 출연진들의 잠자리를 결정한 권한을 말한다. 방별로 반드시 남녀가 혼숙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 사실을 안 한 출연자가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그를 향해 MC 이홍기 등이 "혼전순결일 수도 있다"며 낄낄대며 웃는 모습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해당 출연자에게 "밤에 어떤 대화가 오갈 수 있을지 이런 걸 생각한 것"이라며 소통을 강조했다. 소통과 남녀 혼숙을 연결한 발상에 시청자들까지 당황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연애 예능이 큰 인기를 끌면서 각 방송사에서 앞다퉈 새로운 설정을 가미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환승 연애 콘셉트부터 애인을 바꿔 데이트하거나 이혼한 남녀가 다시 만나 여행을 떠나는 설정까지 색다른 '이성간 만남'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시도가 거듭되고 있다. 그 가운데 더 자극적인 요소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려는 무리한 전략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부 기관이 관람 등급을 매기는 영화와 달리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사 내부에서 시청 등급을 정한다. 프로그램의 주제나 폭력성, 선정성 등 유해 정도를 고려해 모든 연령, 7세 이상, 12세 이상, 15세 이상, 19세 이상 등으로 구분된다.
방송사의 자정 노력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구조이기에 더욱 예민하고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단 '에덴'의 문제만은 아니다. tvN 드라마 '이브' 또한 19세 이상 관람가로 시작했으나 일부 회차에서는 15세로 시청 등급을 조정했는데 질 성형, 자해 등 자극적인 설정이 포함돼 있어 뭇매를 맞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콘텐츠 업계가 활황이던 때가 있었으나, 다시 오프라인 활동이 재개되면서 현재는 시청자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과열 양상 속에서도 무리한 시도로 반감을 사기보다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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