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나고 나니 인플레 터널…경기둔화 이미 체감"

입력 2022-06-24 17:18   수정 2022-07-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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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2년 넘게 깜깜한 터널을 걸어왔는데, 물가라는 또 다른 터널에 들어간 기분입니다. 소비자들도 지갑을 잘 열지 않고 있어요.”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이미 경기 둔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배달보다 포장 주문이 늘어나는가 하면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린 제품은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스태그플레이션(물가는 오르는데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황모씨는 “원가 부담이 너무 커서 최근 떡볶이 1인분 가격을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며 “가격 인상 이후 매출이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치솟는 물가에 배달료를 아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배달보다 포장 주문을 선택하는 추세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배달비가 소비자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포장 주문 비율이 높아졌다”며 “업계에서는 음식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2분기 매출이 꺾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는 심리적으로 위축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102.6포인트를 기록했다. 작년 8월 이후 계속 하락하며 100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지수는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100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에 대해 장기 평균(2003년 1월~2021년 12월)보다 비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5.4% 올랐고 생활물가지수 중 식품 물가는 7.1% 뛰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잠재적인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에 물가 상승세가 언제 잡힐지 예상하기 힘들다”며 “코로나19 동안 쌓인 가계부채로 인한 금리 부담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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