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포일은 황산구리 용액을 전기 분해해 만드는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 두께의 박막으로 대형 2차전지의 음극 집전체에 들어가는 배터리 필수 소재 중 하나다. 일진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삼성SDI가 필요로 하는 연간 2차전지용 일렉포일 전체 물량의 60%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며 “이번 물량이 확정된 이후에도 상호 합의를 통해 공급 물량을 5% 범위에서 줄이거나 20% 범위에서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대만 창춘에 이은 세계 2위 일렉포일 회사다. 삼성SDI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비야디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6888억원, 영업이익 699억원을 각각 올렸다.
이날 공시에서 일진머티리얼즈가 삼성SDI의 연간 물량 중 점유율 60%를 공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동박 1만t당 가격이 2000억원이고, GWh당 동박을 약 600t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일진머티리얼즈가 삼성SDI에 공급하는 물량은 8년간 40만~5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기간 삼성SDI의 동박 사용량이 65만~83만t으로, 8년간 배터리 생산량이 1111~1400GWh로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공개되지 않았던 삼성SDI의 중장기 생산능력을 역산해볼 수 있는 공시”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이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는 보유 지분 53.3% 매각을 추진 중이다. 허 대표는 일진그룹 창업주 허진규 회장의 차남이다.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들에 티저 레터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머티리얼즈가 매각을 앞두고 삼성SDI 내 점유율을 공개해 ‘몸값’을 올리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전날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일진머티리얼즈는 전일 대비 12.00% 급등한 7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병근/김형규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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