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씩씩함 강요하는 세상…'긍정의 횡포'

입력 2022-06-24 18:02   수정 2022-06-25 00:18

‘쉬운 삶은 없다. 누구든 자신만의 풍파에 시달린다.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강한 비바람을 맞고 자란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처럼, 사람도 흔들림을 딛고 성장한다.’ 이렇게 인생을 긍정하고 삶을 격려하는 책이 여럿 출간됐다.

《비터스위트》(수전 케인 지음, RHK)는 ‘달콤씁쓸함’이란 감정이 우리 인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한다. 만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항상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는데 슬픔이가 나타나면 분위기가 축 처지기 때문이다. 실제 사회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는 씩씩함과 낙천성을 강조한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수전 데이비드가 7만 명 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3분의 1은 슬픔과 비애 같은 감정을 가진 것을 자책했다.

저자는 이런 ‘긍정의 횡포’에 저항한다. 그는 “슬픔을 거부하지 말 것을, 슬픔을 통해 우리는 서로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며 “슬픈 노래를 듣고 나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신들의 음악 재생 목록에서 기쁜 노래는 약 175번 듣지만, 슬픈 노래는 800번 정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은 씁쓸한 마음의 상태가 개인과 집단의 고통을 초월할 수 있도록 돕는 고요한 힘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기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지 않으면,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타인에게 고통을 가할 수도 있다”며 “모든 인간이 고통과 상실을 겪고 있거나 겪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불안의 철학》(기시미 이치로 지음, 타인의사유)은 불안의 실체를 파헤친다. 전작 《미움받을 용기》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의 관점에서 불안을 논한다. 아들러는 불안의 ‘원인’이 아니라 ‘목적’에 주목했다. 일이나 대인관계처럼 살아가는 데 피해 갈 수 없는 과제를 ‘인생의 과제’라고 이름 붙이고, 불안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지는 감정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시도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러는 불안해져서 결정 내리기를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고 불안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망설이고 있는 동안은 결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즉, 불안은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해 만들어 낸 감각이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현실에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 첫걸음은 남과 다른 나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며 “독창성 있고 색다른 인생을 살아가려면 ‘타인의 기대’나 ‘세상’이라는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생이 막막할 땐 스토아 철학》(요나스 잘츠게버 지음, 시프)은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을 통해 심각한 문제가 닥쳤을 때도 마음과 삶을 평온하고 원만하게 유지하는 법을 알려준다.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 즉 ‘삶의 기술’이다. “철학은 지혜로운 노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잘 사는 방법을 배우려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우리 능력 밖의 일도 어쩔 수 없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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