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개편안은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고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참석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노동개혁 방안으로 논의됐고 이후 곧바로 이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발표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한 것이다. 게다가 이 장관의 브리핑 일정은 지난 17일 언론에 공지됐다.
윤 대통령 발언 직후 고용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수석실을 통해 보고했다”며 “보고를 안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어제 장관 발표는 정부의 최종 공식 입장이 아닌, 기본적인 방향과 향후 추진계획”이라며 “최종안은 민간연구 결과, 현장 노사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발언을 고용부가 정면 반박하는 것으로 비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노동시간 유연화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할 수 없게끔 설계가 돼 있어서 보고를 받은 건 있다”고 했다. 고용부에서 이 장관과 권기섭 차관이 지난 21일 권 대표에게 주 52시간제 개편안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 대변인실은 오후에 브리핑을 열어 “관련 보고를 못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노동담당) 수석이 보고를 했지만 최종안이라고 보고는 안 했다”며 “그래서 대통령이 보고를 못 받았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용부 장관 브리핑 후 언론에서 구체적인 근로시간 제도 개선 내용이 보도되면서 (대통령이) 기존 추진계획이 아닌 노동개혁 최종 정부안이 확정 발표된 것으로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노동계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노동계 하투를 앞둔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장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실이 부담을 느껴 “확정안이 아니다”고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다음달 2일 ‘노동개악·공공성 후퇴 저지’ 등을 내걸고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에 대해 “하투를 앞두고 노동계 눈치를 본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에선 ‘이번 사안과 관련해 수석들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발표된 주 52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의 기본 방향이며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으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 고용부 발표는 처음 공개된 내용이었다.
곽용희/좌동욱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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