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가 입주자들이 상수도 관리비를 적게 낸다며 수도 배관을 차단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수도불통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아파트 상수도에 배관을 연결해 물을 사용하는 상가 입주자들과 보수관리비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2020년 4월께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상가 2층 화장실 천장에 설치된 수도 배관을 분리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형법 195조는 여러 사람이 먹는 물을 공급하는 수도 시설을 손괴하는 등으로 연결을 막으면 징역 1∼10년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해당 수도관은 화장실 용수 공급용으로, 음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996년 충남 아산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원래 지하수를 음용수로 쓰다가 오염 문제가 발생해 2010년 상수도관 공사를 했다. 상가의 경우 소유주들이 부담금을 내지 않아 공사가 되지 않았고, 아파트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와 경로당이 있는 상가 2층 화장실에만 수도관을 설치했다.
이에 상가 입주자들이 화장실 수도관에 배관을 연결하고 물을 쓰기 시작했다. 수도계량기에 따라 물값과 오수처리 비용을 냈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상가 입주자들이 헐값에 물을 쓴다는 불만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수도관과 배관이 상가 임차인과 고객에게 음용수를 공급하고 있었기에 수도불통죄가 처벌하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수도불통죄 대상이 되는 '수도 기타 시설'이란 공중의 음용수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설치된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설령 다른 목적으로 설치됐더라도 불특정 다수인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면 충분하고, 소유관계에 따라 달리 볼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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