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조 적자에도 성과급 1586억원…공기업 개혁 시급한 이유다

입력 2022-06-26 17:21   수정 2022-06-27 08:06

한 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한계 공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와중에 이들이 지난해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38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6조원 가까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은 1586억원을 나눠 가졌다. 대규모 적자와 부채에 시달리며, 심지어 자본잠식 상태 공기업까지 ‘성과급 파티’를 벌였다. 공기업 임금체계의 특수성이 있어 성과급에 통상임금 성격이 일부 있다고 해도 심하다. 경영 실적에 비해 임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틀림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문재인 정부의 탓이 크다. 문 정부는 5년 내내 공공개혁을 외면한 채 공공기관을 정권 전위대처럼 활용했다. 경영평가에서 재무·경영 실적 비중을 낮추고 ‘사회적 가치 구현’을 높였다. 공공기관장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를 대거 임명했다. ‘사회적 가치’라는 게 속내를 보면 무리한 정규직 전환이나 탈원전 등 청와대 지시를 잘 따르는 곳에 점수를 더 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공공노조는 이런 기류에 힘을 실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벌써 도산했다”(한덕수 국무총리)는 한전 같은 적자 기업에서도 비상식적 채용과 ‘성과급 파티’가 버젓이 벌어진 배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실적 부진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해임 권고는 개혁의 첫발이다. 경영 실적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고치는 것을 포함해 기업별 군살빼기, 공공기관 간 통폐합, 비효율 업무의 민간 이양 등 추진해야 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2024년 4월(22대 총선)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개혁은 물 건너간다. 공공노조의 반발뿐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정치권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공공 개혁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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