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문재인 정부의 탓이 크다. 문 정부는 5년 내내 공공개혁을 외면한 채 공공기관을 정권 전위대처럼 활용했다. 경영평가에서 재무·경영 실적 비중을 낮추고 ‘사회적 가치 구현’을 높였다. 공공기관장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를 대거 임명했다. ‘사회적 가치’라는 게 속내를 보면 무리한 정규직 전환이나 탈원전 등 청와대 지시를 잘 따르는 곳에 점수를 더 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공공노조는 이런 기류에 힘을 실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벌써 도산했다”(한덕수 국무총리)는 한전 같은 적자 기업에서도 비상식적 채용과 ‘성과급 파티’가 버젓이 벌어진 배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실적 부진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해임 권고는 개혁의 첫발이다. 경영 실적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고치는 것을 포함해 기업별 군살빼기, 공공기관 간 통폐합, 비효율 업무의 민간 이양 등 추진해야 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2024년 4월(22대 총선)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개혁은 물 건너간다. 공공노조의 반발뿐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정치권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공공 개혁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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