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게임질병코드 국내 도입 논의가 다시 한번 불붙을 전망이다. 찬반양론의 견해차가 워낙 큰 만큼 정부가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게임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주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 관련 민관협의체(민관협의체)’는 최근 3건의 관련 연구 용역을 모두 완료했다. 이 연구는 게임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논의를 위해 2020년 착수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여러 차례 연구용역 유찰 등으로 당초 일정보다 상당 기간 지연된 끝에 이번에 마무리됐다.
앞서 정부는 2019년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도입을 위해 민간위원과 보건복지부, 통계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민관협의체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 ‘게임이용장애 실태조사 기획’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 등의 주제로 관련 연구를 했다.
이번 연구 사업 종료에 따라 코로나19, 정권 교체 등의 이유로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민관협의체의 활동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민관협의체가 내리는 결정이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민관협의체 활동이 재개되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도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한 ‘WHO 국제질병분류 11판(ICD-11)’은 올 1월부터 발효됐다. 국내에선 정부가 게임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등재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5년마다 개정되기 때문에 국내 도입 여부는 늦어도 2026년 개정 전까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의가 지연될 경우 결론 도출 역시 이보다 더 늦춰질 수는 있다.
문체부와 게임업계 등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되면 ‘게임=질병’ 낙인효과로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총생산 감소 등 경제적 효용 감소, 일자리 축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도입 첫해 전체 게임산업 생산이 20% 정도 쪼그라들고, 다음해는 24%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질병코드 부여에 대한 등재 근거가 부족하고, 도입 시 기대효과 역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 등은 국제 기준에 맞춰 질병코드를 도입해 게임이용장애 실태를 파악하면 공공의료 증진과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진단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모호한 기준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불안과 걱정 등을 덜어 오히려 게임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민간협의체는 관련 사안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라며 “빠르게 결론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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