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기 단계인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키우기 위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다. 5년간 원천기술 확보에 1조200억원을 투입하고 산·학·연 기술 협력도 추진한다. AI 반도체 전문인력도 7000명 이상 양성할 예정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7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제1차 AI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이 장관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추진된 지난달 24일 AI 반도체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제기된 업계의 정책 수요를 바탕으로 산·학·연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AI 반도체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뉴로모픽 등 AI 연산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 제품군을 통칭하는 말이다. 한국은 전 세계 규모가 1245억달러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56%를 차지하고 있지만 메모리 시장의 두 배 이상(2724억달러)인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AI 반도체는 AI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데이터 처리량이 늘어나면서 규모가 급성장할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AI 반도체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의 33%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 초기 단계인 AI 반도체 분야 기술 확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이 장관은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기술 선도국인 미국과 올해 10억원 규모의 신규과제 착수를 시작으로 공동연구 협력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등 국제협력에도 나선다. 양국의 반도체 분야 공동연구는 지난달 21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의 후속 조치다.
시장 수요를 만들기 위한 마중물 역할도 맡기로 했다. AI 반도체가 대규모로 쓰이는 데이터 센터를 국산 NPU 기반으로 구축해 AI 제품·서비스 개발에 활용한다.
정부가 클라우드 사업자에 NPU 구축 비용을 지원하면 업체가 AI 개발 기업에 컴퓨팅 파워를 무상 제공하는 식이다. 지능형 폐쇄회로TV(CCTV), 스마트시티 등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가 구축하는 공공사업에도 국산 반도체가 적용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PIM 반도체를 개발하는 연구기관에 기술 자문을 제공하고 우수한 결과물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적용을 검토하는 등 대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AI 반도체 전문인력도 7000명 양성한다.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물리학 등 AI 반도체 관련 학과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AI 반도체 연합전공을 서울대, 성균관대, 숭실대 등 3곳에 개설한다.
이날 열린 제1차 AI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는 AI 반도체 분야 민·관 최고위 협력 채널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주요 기업, 대학, 연구소의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전략대화를 정례화해 AI 반도체 정책과 투자 방향을 공유하고 민·관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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