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대중 학술서가 참 많다. 오랫동안 한 분야를 연구해 온 교수들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자신의 연구 내용을 전달하는 책들이다. 깊이와 재미를 두루 갖췄다.
그런데 한국에는 왜 그런 책들이 드물까. 학술서는 있지만 대중적이지 않다. 자기들만의 용어로, 동료 연구자들이나 읽으라고 낸 듯한 책을 읽노라면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내용을 논문처럼 재미없고 딱딱하게 서술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든다.
최근 출간된《내 논문을 대중서》(손영옥 지음, 푸른역사)는 학술 논문의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널리, 끝까지 읽히도록 하는 노하우를 담았다.
이 책의 뼈대는 저자의 체험이다. 그는 학위 논문을 토대로 《미술시장의 탄생》이란 책을 펴내 ‘2021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부제는 ‘친절한 글쓰기를 위한 꿀팁 18가지’이지만 책은 단순한 문장론을 넘어선다. 논문과 단행본은 무엇이 다른지, 자기 책에 맞는 출판사는 어떻게 찾는지 등 책 쓰기 전에 고려해야 할 요점을 짚어준다.
그는 여러 팁을 전한다.
“논문을 쓰는 것과 단행본을 쓰는 건 완전히 다릅니다.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집필 목적이 다르고 타깃으로 삼는 독자가 다릅니다. 글 쓰는 형식도 염두에 둔 독자층에 맞춰 자연스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층이 다른 글을 바꾸어 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논문을 단행본으로 다시 쓸 때는 논문에 일일이 담지 못한 시대사의 풍경을 풍성하게 그려넣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야 그 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생생한 글이 되고 그래야 독자들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저자는 “연구서를 책으로 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맞춤한 출판사를 찾고, 저자 기근에 시달리는 출판사에게는 새로운 저자를 발굴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인문학 출판시장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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