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올리면 주유소에서만 3만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앞두고 중소기업 19개 업종별 협동조합 및 협회 대표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대회를 가졌다.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전국 1만2000여개의 주유소 가운데 상당수가 셀프주유소로 전환될 것”이라며 “현재 한 개 주유소당 4.5명(전체 5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고용의 절반이상이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원자재값 폭등 심각, 인건비 인상 감당 못한다”, “노동생산성은 하위권 최저임금은 상위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이 41.6%급등한된데다 코로나19사태와 원자재 가격 급등까지 겹쳐 더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시회 1개를 유치하면 보통 1만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5000명을 줄여야한다”라며 “인력감축없인 전시업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현 임금 수준도 주기 어려워 업종내 20%가량 기업이 폐업 위기”라고 했다. 주보원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임금인상을 위해 빚을 낼 수는 없지 않느냐”며 “기업의 생존과 일자리를 위해 동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 중소기업 절반 가량(46.6%)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단순 노동직 일자리가 줄고 무인 매장이나 키오스크 보급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모든 기업의 임금을 한꺼번에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수출 경쟁력을 하락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염색업계) 이사장은 “원자재값 급등, 공급망 붕괴에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주휴수당 제도와 공휴일 유급휴일 제도로 앞이 깜깜한 상태”라며 “이같은 노동환경에선 추격하는 경쟁국 업체들을 따돌릴 수 없다”고 한탄했다. 노동계가 물가상승을 근거로 인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 황인환 서울자동차정비협동조합 이사장은 “각종 부자재 비용과 직원 식사비, 복지비용 등이 일제히 올라 물가상승은 근로자보다 회사에 더 큰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업종간 구분 적용이 무산된 것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한 뿌리기업 대표는 “업종별 구분없이 똑같은 급여를 주다보니 기업들의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며 “현재 숙련공 평균 나이가 60대~70대”라고 지적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은 “최저임금을 못받는 근로자가 322만명이고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못받는 근로자 비율이 음식·숙박업종은 50%에 육박하고 있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없인 영세기업이 버텨낼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원으로 인상(9.2%)될 경우 최대 16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에 의뢰해 진행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보고서 내용이다. 노동계 요구대로 1만890원으로 18.9% 올릴 경우 일자리 감소 규모는 34만 개로 커질 전망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최대 7만1000개가, 숙박·음식점업에서는 4만1000개까지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최대 5만 개, 부산·울산·경남에서 최대 3만 3000개가 감소할 전망이다. 최 교수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물가가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영세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더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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