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식혀줄 '달콤한 호사' 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애플망고빙수(애망빙)'를 필두로 한 호텔업계 빙수는 예년보다 몸값이 더 뛰었지만 여전히 인기다. 까다로워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식음료(F&B)업계에서도 다양한 한정판 빙수로 대응에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 14만원짜리 버거를 선보여 화제를 낳은 '고든램지버거'(진경산업)는 지난주부터 여름 한정판 메뉴로 애플망고빙수를 선보였다.
고든 램지의 애플망고빙수는 셰프의 디저트 레시피를 담은 '니커보커글로리'를 1인용 빙수로 만들어 얼그레이 밀크티 얼음 베이스에 애플망고를 얹었다. 평일에만 하루 20개씩 판매하며 오는 8월 말까지 운영한다. 예약 전용 어플리케이션(앱) '캐치테이블'에서 사전 예약한 사람만 맛볼 수 있다. 예약 시 예약금을 걸어 '노쇼'를 방지했다.
가격은 4만5000원으로 빙수 전문 프랜차이즈 가격의 약 3배 수준으로 높다. 최고 9만원에 육박한 호텔빙수와 비교하면 가격이 낮지만 고든 램지 빙수가 1인용임을 고려하면 만만찮은 가격이다.
성수기로 접어든 호텔빙수의 경우 올해 들어 식음료(F&B) 업계 전반에 분 물가 상승 여파가 그대로 반영됐다. 호텔들이 원재로 가격 인상을 이유로 빙수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면서다.
호텔빙수 순례 유행을 이끈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올해 8만3000원으로 지난해(6만4000원)보다 30%나 뛰었다.
다른 호텔도 형편은 비슷하다. 롯데호텔 서울과 월드의 애플빙수 가격 역시 8만8000원으로 지난해(6만원)보다 47% 뛰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5만7000원으로 19% 상승했다. 이 밖에도 웨스틴조선서울(7만2000원) 그랜드조선제주(6만5000원) 등이 6만~7만원대 애플망고빙수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애플망고를 비롯한 원재료 가격 상승을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된 국산 망고 가격(상품 3kg 들이 한 상자 기준)은 평균 11만2478원으로 1년 전보다 92% 뛰었다. 수입산 망고 가격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입산 망고 가격(도매·상품 5kg 기준)은 평균 5만6820원으로 29% 올랐다. 평년(4만1024원)보다 39% 높은 수준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대해 "제주산 애플망고 등 기타 재료들의 가격이 올라 빙수의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만8000원짜리 샤인머스캣 빙수로 최고가 빙수 유행을 이끈 조선팰리스 호텔의 경우 올해는 대표 빙수를 감귤류인 카라향으로 품목을 바꾸면서 가격을 8만원으로 책정했다.
한끼 밥값보다 비싼 가격에도 빙수를 찾는 주 고객층인 MZ(밀레니얼+Z)세대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일례로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선 지난달 빙수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뛰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지난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빙수 판매량이 1.5배 증가했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빙수 판매량은 2.5배 이상 늘었다. 이에 두 호텔에서 빙수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3년 이후 5월 기준 최다 판매량을 새로 썼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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