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0년前 영광' 뛰어넘나…올 영업익 15兆 보인다

입력 2022-06-27 17:14   수정 2022-07-05 15:11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차·화·정’ 랠리를 펼쳤던 2012년의 영광을 재연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판매 인센티브(판촉비)를 도요타보다 낮게 유지할 정도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실적도 승승장구 중이다. 증권가에선 2분기는 물론 올해 전체로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 전망
27일 완성차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2조1399억원과 1조7100억원이다. 합계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어서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 또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8조2857억원과 6조5660억원으로 합계 15조원에 육박한다. 기존 최대치는 ‘차·화·정’ 랠리가 절정이던 2012년 기록한 11조9592억원이었다.


현대차·기아 실적을 좌우하는 곳은 미국이다. 2008~2009년 미국 시장 합계 점유율이 4% 수준에 불과하던 현대차·기아는 2010년대 들어 상품성을 강화하며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했다. 쏘나타 등이 현지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2011년 합계 점유율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기아 주가가 2009년 초 대비 2년 만에 10배 넘게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서도 랠리를 펼쳤다. 위기도 있었다. 2010년대 중반 들어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로 재편된 미국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2018년엔 합계 영업이익이 3조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대차·기아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현지 판매를 위해 쓰는 인센티브가 글로벌 1위 업체인 일본 도요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대당 인센티브는 각각 597달러, 834달러(올 4월 기준)다. 도요타는 855달러, 현지 브랜드인 포드·GM은 각각 1523달러와 2046달러다. 현대차·기아가 판촉비를 쓰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사는 브랜드가 됐다는 뜻이다.

두 회사의 인센티브 수준은 2020년 대비 35%가량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작년 5월 인센티브 수준을 크게 낮췄다”며 “올해 2분기에 예년 수준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차량 인기가 지속되며 조정 시점을 무기한 뒤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재고 또한 현재 1개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에서 통용되는 적정 재고 수준인 3~4개월치보다 적다. 그야말로 만들자마자 팔아야 하는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도 테슬라와 1위 경쟁
제네시스와 SUV를 앞세워 수익성을 확보한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오닉 5와 EV6는 올해 들어 5월까지 2만1467대 판매돼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 전기차를 앞섰다.

블룸버그는 “현대차그룹은 테슬라가 10년 걸린 판매 수준을 몇 달 만에 이뤄냈다”며 “일론 머스크에게는 미안하지만, 현대차가 조용히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는 중(Sorry Elon Musk. Hyundai Is Quietly Dominating the EV Race)”이라고 분석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연기관차보다 판가가 높은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현대차 수익성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배터리 등 주요 전기차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어 판매가격에 전가하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5.78% 오른 18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도 4.39% 상승한 8만900원에 마감했다. 전기차 시장 선전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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