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 내 조짐이 심상치 않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장비 부품 확보가 안 돼 장비 공급이 막히고, 디스플레이 생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공급망 문제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흔들리자 대체 가능한 부품을 만들 기술도, 여력도 없는 한국 장비 부품업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실상의 근본 원인으로는 열악한 국내 ‘장비 부품 생태계’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시장에서 한국산 부품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디스플레이 업체들 사이에 최근 “디스플레이 장비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제품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협회는 이 같은 실상을 파악했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뒤엉켜 해외 장비 부품을 확보하지 못하자, 장비 납기까지 지연될 정도로 국내 부품 생태계가 열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 장비업체는 “핵심 부품 중 하나라도 납기 지연이 발생하면 장비 출하 일정을 지킬 수 없다”며 “길게는 1년까지 부품 확보가 늦어져 경영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약속 기한 내 납기’가 생명인 장비 수출이 막막해졌다는 토로도 이어지고 있다.
장비 부품은 짧게는 6~12개월, 길게는 5년 주기로 교체가 필요하다. 대부분 장비업체는 장비 공급 후 부품 교체 등 사후 관리까지 담당한다. 질 좋은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장비업체는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8일 ‘디스플레이 장비 부품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장비 부품기업 40여 곳 등과 장비 부품 시장을 종합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동안은 장비 부품업계 관련 교류의 장이 없었다.
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상황에 따라 국내 장비업계가 휘청이지 않도록 부품 경쟁력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며 “장비 부품 개발 관련 공동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 부품 경쟁력이 높아지면 장비업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업체도 보다 안정적·효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 한국 매출은 지난해 2억3300만달러(약 3019억6800만원)에 그쳤다. 2020년(23억3400만달러)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중국(105억2700만달러)과는 45배 넘게 차이 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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