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관치금융’은 금융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큰 걸림돌이란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63개국을 대상으로 국제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은행 및 금융서비스(banking & financial service)’ 부문에서 47위에 그쳤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인당 주식시장 시가총액(4위), 국내총생산 대비 은행 자산(8위), 1인당 신용카드 발급량(8위) 등 양적 지표에선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질적 차원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감원 업무만족도 조사에서도 민원 및 분쟁조정 업무에 대한 점수는 69.1점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분쟁조정 처리 기간이 늘어나고 그 결과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금융투자분야 금융분쟁 처리기간(인용 사건 기준)은 평균 49일에 불과했지만 2021년엔 127일로 늘어났다.
윤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검사 종료 이후 절차가 진행 중인 목록’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50건의 검사 종료 사건에 대해 징계 등 최종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검사 종료 후 경과 시간은 평균 555일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직원들은 검사 종료 후에도 제재심의위원회 등에 제출할 소명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윤 의원은 “민원처리 패스트트랙 도입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보험민원 등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에 예비검토를 위탁해 처리 시한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나 민원인의 불복으로 소송을 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 2017년 이후 금감원장 혹은 금감원이 피고로 제기된 소송은 총 218건에 달했다. 피소 금액만 529억원 규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 서비스의 핵심은 속도와 내용”이라며 “금융사의 신사업 허가를 회피하고 징계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감독 관행을 쇄신하는 게 금감원 개혁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했다.
김대훈/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