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지갑 10억개는 보유자가 누군지 파악했다."
미국 암호화폐 추적업체인 체이널리시스의 창업자 조나단 레빈 최고전략책임자(CSO)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레빈 창업자는 “가상자산이 국가 주도 사이버 공격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기에 블록체인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영국 옥스포드대 경제학과 출신인 레빈 창업자는 2014년 미국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크라켄의 창업자인 마이클 그로내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체이널리시스를 창업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암호화폐가 담겨있는 지갑의 보유자와 거래내역을 추적하는 회사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국토안보부 등 정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벤처캐피탈(VC) 인큐텔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마친 시리즈F 단계에서 1억7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86억달러(약 1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블록체인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는 추적 가능하다는 게 레빈 대표의 설명이다. 통상 암호화폐 지갑은 숫자와 영문을 조합한 데이터로만 이뤄져있어 누가 지갑의 소유자인지 주소만으로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자금세탁’은 암호화폐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특히 디파이는 정부를 통한 고객정보확인(KYC) 절차가 없어 자금세탁 창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디파이(탈중앙화금융)도 추적할 수 있다”는 게 체이널리시스 설명이다. 현재 체이널리시스가 추적할 수 있는 암호화폐 지갑주소는 전체의 78%에 달한다. 레빈 창업자는 “누가 어느 주소로 얼마나 입금했는지, 그 주소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가령 도난된 NFT가 NFT마켓인 오픈씨로 보내졌으며, 오픈씨에서 암호화폐 이더리움으로 교환했다가 이를 다시 DAI 암호화폐로 바꾸거나 거래소로 입금하는 등 범죄자가 보유한 범죄수익의 위치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대표의 지갑에 대해서도 “추적 가능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지난 3월 암호화폐 엑시인피니티에서 발생한 약 7400억원 규모 해킹의 배경에 북한 라자루스가 있다는 사실을 지갑 추적을 통해 알아내기도 했다.
한편 레빈 창업자는 한국의 규제 논의 속도에 대해 “놀랍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국민이 디지털 네이티브일 정도로 디지털화돼있다”며 “산업이 성장할 좋은 기반이 마련돼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금세탁방지(AML)과 관련한 규제와 적응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투자자 보호 등 규제의 미래에 대해 지금처럼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하지 않고 민간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게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암호화폐 폭락의 도화선이 된 ‘루나 폭락 사태’에 대해선 “업계가 성숙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레빈 창업자는 “가격 변동폭이 클수록 리스크관리에 대해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며 “루나 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 전반이 가격변동에 얼마나 민감한지, 레버리지가 얼마나 끼여있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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