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민생보다 '세 불리기' 몰두하는 與

입력 2022-06-28 17:39   수정 2022-06-29 08:36

“출석 명단 작성해 발송하세요.”

국민의힘 3차 정책의원총회가 열린 지난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난데없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들렸다. 참석 의원 수가 적은 데 따른 질타였다. 이날 의총 주제는 ‘탈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인상’.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까지 부른 터라 원내지도부는 많은 의원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총회가 열린 오후 3시30분께 참석 의원은 30여 명에 그쳤다. 회의장은 빈자리가 많아 썰렁한 느낌마저 들었다. 권 원내대표는 정책의총 발언에서 “참석 인원이 오전에 있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초청 강연회(미래혁신포럼), 22일 김기현 의원의 공부모임(혁신24 새로운 미래)보다 적다. 40명도 안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은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여당 의원 115명 중 60여 명이 포럼을 찾았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이 대거 집결한다는 소식에 계파 없는 의원들도 줄줄이 모였다. 사회자가 참석 의원 이름을 부르는 데만 5분이 걸렸다. 정치권에선 정책보다는 세 결집에 몰두하는 여당의 현실을 보여준 하루였다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여당 관련 기사에는 줄곧 ‘내홍’ ‘갈등’ 등과 같은 단어가 등장했다.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오간 정진석 의원과 이 대표 간 ‘SNS 설전’부터 안철수 의원의 최고위원 추천을 둘러싼 내홍,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주고받은 ‘고성 갈등’에 친윤계 의원 모임 ‘민들레’ 논란까지…. 한 초선의원은 “어떻게 되찾은 정권인데 집안싸움만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제가 위기다. 퍼펙트 스톰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후 최대를 찍었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300원을 돌파했다. 기름값과 식자재 가격까지 올라 민생이 위태롭다. 그런데도 집권당은 세력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무한책임 지겠습니다’ 국민의힘 회의 때마다 배경으로 눈에 띄는 문구다. 이젠 책임 있는 여당, 일하는 집권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비판에 의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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