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방 든 승객 "역삼동, 아니 안산"…택시기사 직감 맞았다

입력 2022-06-29 17:34   수정 2022-06-29 20:22


돈 가방을 들고 택시를 탄 손님을 수상히 여긴 택시 기사의 기지가 보이스피싱범을 잡았다.

안산단원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붙잡는 데 공을 세운 택시 기사 60대 A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신고 포상금을 수여한다고 29일 밝혔다.

'피싱 지킴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범인 검거 도움을 준 시민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A씨는 "작은 관심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예방에 도움이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단원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께 경기 화성에서 "서울 역삼동까지 가 달라"는 여성 승객 B씨를 태우고 장거리 운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B씨는 20분이 지났을 때 갑자기 행선지를 경기 안산역으로 바꿨다.

A씨는 승객이 주행 중 원거리 목적지를 다른 지역으로 바꾸는 것이 드물어 이를 수상하다고 여겼다. 또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B씨의 행동이 미심쩍었다.

A씨는 B씨가 현금이 가득 든 가방에서 돈을 꺼내 요금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요구하는가 하면 하차한 뒤에도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또 자신이 서 있던 장소를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B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A씨는 보이스피싱범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112에 신고했다. 신고받고 3분 만에 출동한 경찰은 안산역 앞 노상에서 B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A씨의 직감이 맞았다.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이었던 것.

B씨가 현금 수거책으로 있던 조직은 검찰기관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현금을 가로채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덕분에 B씨를 만나기로 했던 피해자는 자신의 돈 1100만원을 지킬 수 있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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