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엘비스', 스크린서 부활한 '로큰롤 제왕'…시대 흘러도 명곡은 불멸

입력 2022-06-29 17:27   수정 2022-06-29 23:43


영원히 기억되고 회자되는 전설의 삶은 어땠을까. 오랜 세월이 흘러도 전설적인 인물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엘비스’(사진)는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의 음악 인생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영화는 트럭을 몰던 무명가수 프레슬리(오스틴 버틀러 분)를 발탁한 전속 매니저 톰 파커(톰 행크스 분)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의 시선에 따라 프레슬리가 인기 가수로 성장하는 과정, 배우로서 연기를 시작하는 순간, 다시 가수로 돌아와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 등을 차례로 담아낸다.

파커는 프레슬리에게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를 철저히 이용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파커와 프레슬리의 관계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의해 희생당하는 아티스트의 모습도 부각한다. 작품을 연출한 바즈 루어만 감독은 지난 28일 열린 화상 간담회에서 “사업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으면 아티스트가 무너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만큼이나 아티스트의 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며 “이것을 조율하지 못하면 파괴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60~1970년대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이었던 프레슬리를 통해 이야기는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장한다. 작품 초반엔 프레슬리가 흑인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로 억압받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비춘다. 마틴 루서 킹 목사와 존 F 케네디의 죽음 등 미국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나온다.

영화 ‘물랑 루즈’, ‘위대한 개츠비’ 등을 연출한 루어만 감독 특유의 빼어난 영상미가 돋보인다. 사방이 거울로 만들어진 미로에서 프레슬리가 길을 잃은 장면, 프레슬리와 파커가 관람차를 타고 올라가 스타 탄생을 기약하는 장면은 함축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양한 촬영 기법이 인상적이다. 화면을 2~3개로 나누거나 만화로 이미지를 그려 넣어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보이도록 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오스틴 버틀러는 프레슬리의 10대 무명가수 시절부터 생의 마지막인 40대 초반까지 아우르며 연기한다. 톰 행크스는 능글맞으면서도 프레슬리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극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연 장면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프레슬리가 골반 돌리기와 다리 털기 춤을 추면 관객이 폭발적으로 열광하던 순간, 털기 춤을 추고 무대 위에서 경찰에게 끌려가는 장면 등이 실감 나게 담겼다. 작품 내내 음악도 풍성하게 흐른다. ‘Hound Dog’, ‘Trouble’,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프레슬리의 대표곡뿐 아니라 그가 영감을 받은 흑인 음악들이 곳곳에 배치된다.

다만 록그룹 퀸의 음악인생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만큼 ‘싱얼롱(Sing along·함께 노래 부르기)’ 열풍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기기에는 공연 장면이 다소 짧게 나뉘어 있어서다. 그럼에도 프레슬리의 명곡을 듣고 재발견하는 즐거움은 만끽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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