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네이버 쇼핑몰 사기판매자 '극성'

입력 2022-06-29 17:26   수정 2022-07-07 16:30


직장인 A씨(31)는 지난 7일 쿠팡에 입점한 한 판매자에게 삼성전자 냉장고를 사기로 하고 결제했다. 판매자는 곧바로 구매를 취소하더니 A씨의 휴대폰으로 연락해 “특가 구매를 하려면 자체 사이트에서 구매해야 한다”며 자신의 가짜 쇼핑몰로 유인했다. A씨가 별다른 의심 없이 재차 무통장 입금 결제를 하자 판매자는 곧바로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A씨는 “쿠팡에 상품 리뷰가 2000개나 있어서 의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해당 리뷰는 동일 제품에는 똑같이 공유되도록 자동 설정된 것으로, 사기범의 신용도와는 관계가 없었다.
올 들어 급증한 온라인 쇼핑 사기
29일 경찰에 따르면 쿠팡과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가짜 쇼핑몰을 입점시킨 뒤 물건값만 가로채는 사건이 최근 늘고 있다. A씨의 돈을 가로챈 동일범이 저지른 사건만 경찰에 8건 접수됐다. 서울시가 집계한 쇼핑 사이트 사기 피해 금액만 2019년 1504만원에서 2020년 5436만원, 2021년 578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억3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네이버 쇼핑에서 에어컨을 결제한 B씨(45)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판매자가 구매를 취소하더니 “네이버 쇼핑몰은 물량이 부족하다”며 “자사 쇼핑몰에서 무통장 입금 구매하라”고 안내받고 결제하려던 순간 쇼핑몰 이름과 다른 개인 입금 계좌명을 확인한 덕분에 사기 피해를 모면했다. B씨는 “다른 사이트에선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해서 하루라도 빨리 물건을 받으려다 사기를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수사를 회피하는 사기범들의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A씨를 속인 범인은 게임머니를 파는 제3자 B씨에게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사겠다며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피해자 A씨에게 알려줬다. 냉장고값을 그리로 입금하게 한 뒤 B씨에게는 게임머니를 받아 잠적했다. 경찰은 수사 시작 단계에서부터 사건과 관계없는 B씨의 계좌가 포착돼 혼선을 겪었다. 대부분 사기 쇼핑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는 더 꼬인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가 외국에 있으면 수사가 길어지고, 사이트 차단도 어렵다”고 말했다.
플랫폼 “주의 경고 의무 다했는데….”
플랫폼들이 경찰 수사와 처벌에만 의존하지 말고 근본적인 사기 예방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등 플랫폼 업체의 이름값을 보고 판매자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부실한 입점 업체 관리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5월 개인정보위원회는 “판매자 계정을 막기 위한 안전성 확보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쿠팡, 네이버, 11번가 등 7개 회사에 대해 52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법률에 따르면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가 사업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플랫폼업체들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판매자 계정을 매매하는 게시물도 구글 등 검색 사이트와 오픈채팅방 등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피해자 A씨의 결제를 유도한 쇼핑몰 역시 경기도 한 통신업체의 사업자번호를 도용해 만든 가짜였으나 정상인 것처럼 플랫폼에서 영업했다. 사업자번호와 유선 전화번호 등을 도용당한 통신업체 대표 C씨는 “사건과 전혀 관련도 없는데 몇 달 전부터 사기 피해자들이 회사로 찾아와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대형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상품 리뷰와 별도로 판매자 리뷰를 관리하고, 판매자가 별도 현금 결제를 유도할 경우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게시하는 등 사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오픈마켓 특성상 여러 거래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일이 모든 계정을 감시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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