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임박한 상황에서 확산된 탓에 공포감을 불러온 원숭이두창 테마가 주식 시장에서 세력을 진단키트 섹터로까지 넓혔다.
문제는 주가가 기대감에만 반응한다는 점이다. 원숭이두창과 관련된 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힌 기업들보다,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전한 기업들의 주가가 더 강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바이오니아는 950원(3.75%) 하락한 2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는 전일 개장 전 원숭이두창을 검출하는 키트인 ‘아큐파워’를 개발했다고 밝힌 영향으로 장중에는 상승폭이 5.92%에 이르기도 했지만, 하락전환했다.
바이오니아에 하루 앞선 지난 28일에는 씨젠이 원숭이두창을 진단할 수 있는 시약을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역시 주가 흐름이 시원치 않았다. 개발 소식을 전한 당일인 지난 28일 장중에는 직전 거래일 대비 상승폭이 10.47%까지 커졌다가, 대부분을 반납하고 2.01% 상승한 채로 마감했다. 씨젠의 주가는 전날에도 3.82% 더 하락해 원숭이두창 진단시약 개발 소식을 전하기 직전인 지난 27일 주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힌 기업들의 주가는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보다 강한 모습이다. 전일 수젠텍은 250원(2.44%) 상승한 1만500원에, 휴마시스는 100원(0.68%) 하락한 1만46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휴마시스는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힌 지난 28일 8.09% 급등한 뒤 소폭 조정받았고, 수젠텍은 같은 소식을 전일 전하고 강세를 이어갔다. 휴마시스와 수젠텍의 주가는 각 회사가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히기도 전부터 상승세를 탔다. 휴마시스는 지난 17일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개발 착수를 밝히기 전날인 27일까지 14.29%가 상승했다. 수젠텍 역시 지난 24~28일 3거래일동안 7.56% 올랐다.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먼저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테마주로 꼽힌 미코바이오메드도 전일 종가(1만3650원)는 지난 22일의 고점(1만8450원) 대비 26.02% 빠진 수준이다. 이 회사는 작년 1월 질병관리청과 함께 원숭이두창을 포함한 15종의 병원체를 검출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 검사 특허를 등록했고, 이에 앞선 2020년에는 원숭이두창을 비롯한 병원체 33종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질병청 용역과제를 완료했다는 이력으로 원숭이두창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비슷한 모습이 원숭이두창 백신·치료제 테마에서도 나타났다. 관련 기술을 보유했다는 시장 안팎의 평가에 테마주로 분류된 녹십자엠에스와 파미셀은 지난달 한달 동안 각각 79.97%와 36.24%가 급등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34.73%와 25.64%가 빠졌다.
두 회사는 원숭이두창 백신·치료제 개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보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특히 녹십자엠에스의 경우 과거 약독화 두창 백신 연구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주목받았지만, 이 이력은 녹십자 이야기다. 파미셀 역시 과거 두창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회사에 핵심 중간체를 공급한 이력으로 테마주가 됐지만, 이는 치료제 개발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반면 실제로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에 나선 HK이노엔의 경우 지난달 15.04%가 오른 뒤 이달 들어 18.65%가 하락해 더 적은 변동성을 보였다.
원숭이두창이라는 전염병이 코로나19처럼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돼 관련 시장이 커질지도 미지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원숭이두창 확산 상황은 현재로서 WHO가 발령하는 최고 수준 경보인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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