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미·일 3국이 29일(현지시간)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북핵 공조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럽 동맹국가로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과 중국 간 ‘G2’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안보와 경제 협력의 기존 틀을 바꾸려는 새 정부의 외교·통상 전략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원전과 방산 등 새로운 수출 산업에 대한 ‘세일즈 외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3국 정상회의는 NATO 회원국 30개 정상이 모인 장소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핵 위기에 대한 공조를 유럽 주요 동맹국들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도 관측된다. 이런 NATO 회원국과 경제안보 협력이 강화될 경우 원전, 방산 등 국가 차원의 산업과 기술 협력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폴란드, 덴마크와의 양자 회담을 이어가며 ‘세일즈 외교’(경제 외교)에도 나설 예정이다.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와는 별도 면담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유럽 주요 국가들은 과거 중국과 전략적으로 교육을 늘려왔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입장이 나눠지고 있다”며 “특히 방산, 원전, 첨단산업 등 기술 협력 부문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선 부분이 많아 상당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먼저 윤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윤 대통령의 취임과 6·1 지방선거 승리를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도 (다음달 1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한다”며 “나와 참모들은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일 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일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대화를 나눈 시간은 4분가량이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당초 실무진 간 추진하다 무산됐던 약식 회담과 비슷한 형식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이로 인해 다음달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과 도쿄를 잇는 김포∼하네다 항공노선 운항이 29일 2년3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등 양국 간 민간 교류는 조금씩 풀리고 있다.
마드리드=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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