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장표 KDI 원장, 자진사퇴 수순?…부경대 강의 신청

입력 2022-06-30 11:25   수정 2022-06-30 14:50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휴직 중인 부경대에 2학기 강의 개설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다음 학기 학사일정 전에 홍 원장이 KDI 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부경대 관계자에 따르면 홍 원장은 부경대에 2학기 경제학부 수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관계자는 "2학기에 홍 원장의 수업이 개설돼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홍 원장이) 아직 복직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강의 계획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홍 원장은 최근 부경대에 복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들어 여당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발 앞서 자신의 거취를 이미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KDI 원장에 선임된 홍 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24년 5월 31일까지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8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진행한 취임 1개월 기념 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홍 원장과 관련해 “소득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바뀌어야지. 우리(윤석열 정부)하고 너무 안 맞는다”고 직격했다.

‘(홍 원장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가 다들 관심사’라는 질문에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홍 원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을 주도한 홍 원장이 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연구원 수장을 계속 맡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맡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한 인물이다. 지난해 5월 KDI 원장을 맡을 때도 논란이 불거졌다. KDI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은 당시 “소주성 책임자가 원장이 되다니 KDI마저 입을 틀어막으려는 문재인 정권은 염치도, 양심도 없다”고 비판했다.

홍 원장은 올해 2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축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의 논문도 발표했다. 한국산업노동학회가 올해 발간한 학술지 산업노동연구 28권 1호에는 홍 원장의 이 같은 주장을 담은 논문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및 소득효과'가 게재됐다.

당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타격을 주면서 일자리를 감소시켰다는 비판을 반박하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옹호한 것이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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