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 등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일반 투자자가 투자 가능한 종목이 크게 줄어든다.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 인가를 연장하는 대신 6월 말까지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컬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인기 비상장주식을 이들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은 1일부터 거래 가능 종목을 제한한다. 서울거래 비상장의 경우 기존 거래 종목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각 플랫폼을 운영하는 두나무와 피에스엑스는 2020년 4월부터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돼 비상장 거래 플랫폼을 운영할 자격을 얻었다. 그동안 사설중개업체를 통해 이뤄졌던 음성적인 거래 방식을 양성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이종은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존의 사설중개업체에서는 이른바 ‘전주’들이 호가를 제시하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 플랫폼은 각각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와 제휴를 맺었다. 플랫폼이 매매주문을 접수한 후 투자자 간 거래 협의 내역을 증권사에 전달하면 증권사 시스템 상에서 주식과 대금 이체 등 결제가 진행되는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말 만료 예정이었던 사업자 지위를 2024년 3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다만 전제조건을 달았다. 제도권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 이상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스타항공 주식 거래 사고가 발단이 됐다.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무상소각된 이스타항공의 비상장주식이 2주 이상 거래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금융위가 제시한 조건은 △거래종목의 등록·퇴출제도 운영 △발행기업의 정기·수시공시 시스템 구축 △불공정거래 관리방안 마련 △1인당 거래한도 설정 등이다. 각 플랫폼이 거래 가능 종목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1일부터 플랫폼이 제시한 재무요건을 충족하고, 회사가 등록에 동의한 종목에 한해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들이 제시한 재무요건은 △자본잠식 상태가 아닐 것 △최근 사업연도의 매출액이 5억원 이상일 것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적정일 것 등의 기준이 포함됐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거래되는 총 456개 기업 중 273개 기업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증명하지 않아 거래가 중단된다. 거래에 동의하지 않은 기업까지 포함하면 거래 가능한 기업 수는 100개 안팎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컬리 비바리퍼블리카 등 유니콘기업들은 플랫폼 등록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거래에 동의하지 않은 비상장사 관계자는 "상장을 앞두고 있는 기업의 경우 굳이 등록을 할 필요가 없고, 영세한 기업의 경우 공시 담당자 선정 등에 대한 여력이 되지 않아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거래 비상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173개 거래 종목 중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해당 기업이 동의하지 않아 157개 기업에 대한 거래가 중단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일각에서는 비상장주식 거래가 다시 음성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우려에 대비해 일반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로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 이원화를 유도하고 있다. 플랫폼은 '전문투자자 거래시장'을 따로 만든다.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된 고객은 기존의 모든 비상장 기업에 대해 종목과 금액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투자자의 경우 거래가 불가능해진 종목들의 경우에도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매도가 가능하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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