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지면서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 추정치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기 우려를 선반영한 증시 급락폭에 비해 아직 실적 추정치 하향세는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다. 2분기 실적 추정치가 계속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적이 견고한 기업을 골라내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장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비에이치, 오리온, S-Oil, 이수페타시스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실적 추정치 하향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주 전 대비 오히려 추정치가 늘어난 기업은 15개(약 6%)에 불과하다. 가장 크게 늘어난 기업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업체인 비에이치다. 2분기 비에이치 매출 컨센서스는 2921억원, 영업이익은 183억원이다. 2주 전 대비 각각 15.9%, 24.1% 증가했다. 1개월 전과 비교하면 각각 14.2%, 53.5% 증가한 수치다.
전방 산업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비에이치가 견고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경쟁사인 삼성전기의 사업 철수로 점유율이 25%포인트 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애플에 공급하는 FPCB 점유율이 80%를 넘어서는 등 사실상 독점적 지위"라며 "애플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만큼 실적은 견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층회로기판(MLB) 업체인 이수페타시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215억원)은 2주전 대비 7.7% 증가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 경쟁이 붙으면서 20층 이상의 고층 MLB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제윤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교세라와 히타치 등이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하이엔드급 MLB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덕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522억원)도 2주전 대비 4.6% 늘었다. 스마트 가전, 통신 장비, 자율주행 기기 등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K-푸드’ 업계는 2분기에 선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오리온 영업이익 추정치는 183억원으로 2주 전 대비 11.6% 급증했다. 지난 5월 오리온의 중국, 베트남, 러시아 법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0~200% 증가했다. 가격 인상 없이도 스낵과 젤리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 증권가는 주목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2주 사이 영업이익 추정치(196억원)가 4.0% 늘었다. 중국과 미국 라면 수출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68%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의료기기 업계도 인플레이션 시국에 강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임플란트업체 덴티움은 중국 상하이 봉쇄로 영업 활동에 제약을 받았는데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추정치는 2주 전 대비 3.1% 증가했다. 안광학 의료기기 업체인 휴비츠도 전년 동기 대비 98.7% 증가한 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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