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은 6월 기준으로 3.9%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해 0.6%포인트 급등한 수준으로 2012년 4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기대인플레는 물가상승률만큼이나 한은이 예의주시하는 지표다.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물가 방향성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선 선제적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 오름세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5명 중 4명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금통위원은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최근 3%에 가까워졌는데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간 상호작용으로 2차 효과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글로벌 고(高)인플레이션 기저엔 공급측 요인뿐 아니라 확장적 정책 운용에 따른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수요압력도 작용하고 있어,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도 한은이 오는 7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스텝이 단행되면 기준금리는 1.75%에서 2.25%로 오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대 인플레가 큰 폭 상승하면서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근거가 더욱 강화됐다"며 "물가 안정에 통화당국 차원이 경계수위를 강화하는 논거일 뿐 아니라 실제 기준금리 인상 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유력하다"고 짚었다.
다음 달 5일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대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빅스텝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6월 또는 7~8월에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9%를 기록해 역대 가장 빠른 상승 폭을 보였다"며 "6월 물가상승률이 6% 전후로 예상돼 7월 한은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에 대한 여러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한은이 8월에도 추가로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하방 경직성을 보이는 국제유가와 원화 약세 때문에 6월 물가는 6%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추가로 전기료와 가스비 등 공공요금 인상이 서비스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물가는 계속해서 높아질 수 있으며, 높은 물가 우려로 7월에 이어 8월에도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이 반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기대인플레이션 안착인 만큼, 여름 중 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 물가가 6% 중후반을 기록한다면 8월에도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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