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유나(10) 양 가족 사건을 두고 "5년간 나라를 맡았던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30일 페이스북에 '민생과 협치로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박 전 위원장은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떠난 줄 알았던 아이가 부모와 함께 주검으로 발견됐다. 집 우편함엔 카드 대금 독촉장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아이의 부모는 자영업을 하다 폐업한 뒤 빚을 갚지 못했다고 한다"며 "열 살 아이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죽음을 맞았다. 아이는 무수한 꿈을 펼칠 날들을 잃어 참으로 비통한 일"이라고 운을 뗐다.
박 전 위원장은 "한 아이에게, 어느 부부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동안 정치는 과연 무엇을 했냐"며 "선진국 대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정치는 아직도 이런 비극을 막지 못하고 있다. 5년간 나라를 맡았던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잠깐이나마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 양 가족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를 바꿔야만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는 계파와 권력을 앞세운 정치투쟁이 아니라, 생활고로 힘들어하고 죽어가는 서민과 청년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민생투쟁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부터 민생으로 달려가야 한다. 빈부격차는 어떻게 줄일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생계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는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슬픈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비극은 앞으로 없어야 한다"며 "저를 포함해 정치하는 모든 사람이 죄인이 됐다.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치가 민생과 협치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조 양 가족으로 신원이 확인된 시신 3구에 대한 1차 부검에서 '사인 불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익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조 씨 부부가 지난달 초부터 실종 직전까지 '죽음의 고통', '완도 방파제 수심' 등을 입력한 기록이 드러나 경찰은 이들이 어린 자녀를 데리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양 가족은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께 승용차로 완도군 신지면의 한 숙소를 빠져나갔다가 6분 뒤 3km 떨어진 송곡항 인근 방파제로 향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조 양 가족은 29일 만에 송곡항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체내 플랑크톤 검사 및 약·독극물 검사를 통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할 계획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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