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아웃"…세종시 집주인·실수요자 모두 뿔났다

입력 2022-07-01 07:00   수정 2022-07-01 08:56


대구 등 6개 시군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지만, 세종시는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청약 경쟁률이 높아 잠재적 매수세가 집값을 밀어올릴 수 있단 이유에서다. 세종시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이렇게 내리고 있는데 해제를 해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지 못하면서 당분간 조정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토교통부는 '2022년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구 수성구와 대전 동·중·서·유성구, 경남 창원 의창구 등의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에서 빠지지 못했다. 세종시는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만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

세종시가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지 못한 이유는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진행된 ‘도램마을 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는 20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 결과 7만228명이 몰려 3511.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월에 진행한 ‘엘리프세종6-3’은 164.03대 1(84가구 모집에 1만3779명) △3월에 진행한 ‘가락마을6단지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800.90대 1(52가구 모집에 4만1647가구 청약)·‘가락마을7단지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2821.30대 1(20가구 모집에 5만6426명 청약) 등 적게는 세 자릿수에서, 많게는 네 자릿수 경쟁률이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시 집값은 내리고 있지만 청약 경쟁률이 여전히 높아 잠재적인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행 규제지역 지정을 유지한다"고 했다.

실수요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집값이 우하향 중인데 청약 경쟁률만을 가지고 규제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세종시는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한 지역이다. 규제지역 해제 여부에 있어서 세종시를 청약경쟁률로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실수요자는 "세종시 청약은 전국에서 할 수 있게 해놓고 청약 경쟁률이 높아서 규제 지역에서 풀어주지 못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실수요자 역시 "당장 힘든데 현실성 없는 대책이 나온 것 같다. 안타깝다"고 했다.

일각에선 최민호 세종시장이 당선된 이후 기자회견에서 "세종 집값이 솔직히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일부 극성 실수요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아웃', '국민의 힘 아웃' 등의 슬로건을 내걸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세종시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되지 못하면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은 규제가 해제됨에 따라 대기 수요자들이 대전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세종시 새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세종시가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 거래에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확 줄어들었다"며 "시장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급매만 간간이 거래가 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규제지역에서 해제가 돼도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가격 조정이 지속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집값은 올해 들어 3.73% 떨어졌다. 지난해 7월 넷째 주(26일) 이후 48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전셋값도 마찬가지 올해 6.71% 내렸다. 전셋값은 지난해 11월 넷째 주(22일) 이후 31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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