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30일 기자들에게 “일신상의 이유로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추가 문의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울산 중구청장이던 2014년부터 당시 대구고등검찰청에 있던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을 맺어온 친윤계 인사다. 대선 직후에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아 왔다. 박 의원이 비서실장에서 물러나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의 소통 창구가 끊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리두기’가 감지된 건 지난주부터다. 지난 25일 “두 사람이 비공개 만찬을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27일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도 공항 배웅에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만 나서고, 이 대표는 나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야당의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빠진 것은 팽당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리위 결과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해 박 의원이 자진 사퇴 등을 권유했지만 이 대표가 이를 거절해 직을 내려놨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더 이상 (이 대표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실장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들었고 제가 그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 사퇴가 윤심이 떠난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에 대해선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의 사퇴에 따라 오는 7일 윤리위 심의에서도 이 대표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표가 내년 6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 국민의힘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해 차기 당대표를 선임할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8월 당대표 선출 이후 본격적인 대여 투쟁에 나설 전망인데, 여당은 당내 분란에 휩싸여 있는 점에 대한 윤 대통령 등의 우려가 컸다”며 “차기 당대표의 임기를 연장하고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주는 등 힘을 몰아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이 대표 징계와 조기 사퇴 압박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율 이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