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빅테크들의 인공지능 성과가 과대평가 됐다고 진단했다. 업계 일각에선 AI가 인간 수준의 지성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미숙한 단계라는 것. 경쟁에 앞서려 과장광고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개발업체들은 앞다퉈 AI의 성능을 공개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탓에 관심을 끌어야 생존할 수 있어서다. '오픈AI'는 인간과 같은 지능을 지닌 범용인공지능(AGI)를 개발한다고 공언했다. 2015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1조원 가까이 투자한 곳이다.
AGI 연구에 앞서 오픈AI는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인 ‘Dall-E’를 시연했다. 단어가 아닌 문장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주며 화제가 됐다.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한 곰’이라고 입력하면 알맞은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식이다. Dall-E의 성공으로 AGI를 향한 관심도 커졌다.
시각적 효과로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 성능은 예상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은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 AGI를 개발하는 데 수십 년은 걸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AI 개발 경쟁이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빅테크들이 인공지능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아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구글의 '윤리적 AI팀'에서 근무하던 개발자 두 명은 AI가 인간과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보고서 말미에 AI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들은 2017년 페이스북의 AI가 히브리어의 인사말을 공격적인 언사로 오역한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당시 이스라엘 경찰 당국은 인사말을 남긴 팔레스타인 주민을 긴급체포한 적이 있다. 보고서가 공개된 뒤 개발진 두 명은 해고됐다. WSJ은 “이제 AI는 뉴스피드, 검색 포털, 음성 인식 기술 등 우리 일상에 뿌리 깊이 스며들어 있다”며 “이전보다 위험성이 훨씬 증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정책을 설정하기에 앞서 근간부터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AI 정책을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쿠마는 “최근 국내외 당국의 AI 규제 방안에 관한 관점이 양극화되고 있다”며 “AI가 고도화됐다는 전제를 들며 차별과 위험성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 AI가 그렇게 예상만큼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오히려 AI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위험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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