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추상 화가 김가범(75)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몸소 입증하는 작가다. 40대의 늦은 나이로 그림을 시작한 뒤로 30여년이 흘렀지만,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는 도전 정신과 활발히 전시를 여는 적극성이 여느 청년 화가 못지 않기 때문이다.
김 작가의 개인전이 30일 서울시 삼청동 금호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작가의 신작 'Untitled'(무제) 시리즈 20여점을 펼친 전시다. 산을 모티브로 한 전작에서 색면추상으로 화풍을 바꿨다. 작가는 "전시회를 방문하는 관객들에게 전작보다 더 큰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나이프와 붓으로 수십~수백번 색을 칠하고 벗겨내는 과정을 반복해 작품을 완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드넓은 바닷속이나 우주 등을 떠올리게 한다.
김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끼 많은 아이'였다. 젊은 시절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에 지원해 뽑혔지만 보수적인 집안의 반대로 본선에 가지 못했던 적도 있다. 대학 입시때는 부모 몰래 혼자서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시집이나 가지. 뭐 하러 어렵게 미술을 하려고 하느냐”는 부모님의 만류로 화가의 꿈을 접었지만, 1995년 다시 붓을 잡았다. 초기에는 주로 파스텔 화풍의 정물화와 인물화를 그렸지만 이후 단색화와 색채추상 등 장르에 천착하고 있다.
작가는 "마음속에 있는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려면 큰 작품의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큰 작품을 시도하며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업에는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고 했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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