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주요 금융사의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들 등 시장전문가들과 위기 상황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는 양상이며 계속되는 물가상승 압력과 빨라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까지 감안하면 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은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에 대비해 위기 대응능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사의 유동성 확보를 독려하는 한편 개별 금융사의 위기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기 발생 시 조기 안정화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이 급변해 새로운 방아쇠(트리거)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며 " "금리 상승과 자산 가격 조정 등에 따른 건전성 악화에도 대비해 금융사에 충분한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등 충격 흡수능력을 제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높은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원화가치 절하)로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최근 인플레이션 측면에선 공급부족과 수요급증이 동시에 나타난 2차 대전 직후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원자재값 상품 지수인 CRB지수는 지난달 29일 기준 299.3포인트로 작년말 대비 38.8% 올랐다. 원유값 역시 작년 말 대비 40%이상 상승했다.
금융 시장에선 미국 및 한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최근 OECD와 세계은행 등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코스피 지수와 달러 대비 원하가치가 동반 폭락하는 등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중 무역분쟁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탈세계화가 가속화 했으며 이러한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는 특히 한국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의 주요 리스크로 국제유가, 수출, 기업실적 불확실성 등을 지목했다. 한국의 양호한 대외지급 능력 등 경제 펀더멘털 및 기업실적을 볼 때 증시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국가 신용도 대비 금리 경쟁력 및 유입자금 성격 등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하더라도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자산 가격 조정(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년간 지속된 통화 완화가 '정상화' 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성장 둔화와 자산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안정화 비용'이라는 것이다. 통화 정상화 과정에서 이자비용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시장의 전반적 안정성을 해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의미다. 최근 이자율 상승이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안정과 통화정책 신뢰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경제적 편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