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어느 식당 주인의 독백

입력 2022-07-01 17:42   수정 2022-07-02 00:04

내 나이 65세, 식당 사장이다. 내가 주방을 맡고, 아내는 서빙을 한다. 삼겹살이 주메뉴다. 난 과거 대기업에서 기능직으로 일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52세에 명예퇴직했다. 펜션 사업을 했다가 망했다. 지금도 그때 진 빚을 갚고 있다. 7년 전 창업지원과 개인사업자대출을 통해 식당을 열었다. 사실 사업자대출은 2년 전 아들의 결혼 자금으로 들어갔다.

먹고살 만했다. 대출금 상환과 보험료 납부는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다. 저축은 못 했지만, 가을에 단풍놀이 갈 정도는 됐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랐으나 디스크로 고생하는 아내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도 한 명 썼다.

코로나가 모든 걸 바꿨다. 아르바이트생은 내보냈고, 연금보험은 해약해 임차료를 냈다. 사업자대출은 정부 덕분에 상환유예를 받았지만, 펜션 사업을 하다 빌린 돈은 갚아야 했다. 그나마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으로 버텼다. 이젠 원금은커녕 이자도 버겁다. 결국 아들에게 돈을 빌렸다. 며느리 볼 면목이 없다.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돼지고기 가격이 너무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알았다. 옥수수가 중요한 돼지 사료고, 두 나라가 옥수수 주요 수출국이고, 그래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을. 거기에 상추, 파, 달걀 등 무엇 하나 안 오른 게 없다. 나도 가격을 올리면 되지만 동네 장사라 눈치가 보인다. 결국 두부부침을 반찬에서 뺐다. 그리고 얼마 전 주변에 삼겹살 식당이 문을 열었다. 젊은 사장인데 ‘오마카세’ 전문점이란다. 가격도 엄청 비싸다. 근데 젊은 손님들이 바글바글한다.

이제 그만두고 싶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식당이 문을 닫으면 사업자대출은 당장 갚아야 한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대출까지 갚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얼마 전 대학교수가 방송에서 했던 말이 귓전에 맴돈다. ‘소상공인에게 추가 손실보상을 하지 말고 실업수당을 주는 게 경제 부담을 줄이는 거라고.’

서글프다. 코로나가 내 탓인가? 정부 탓도 아니다. 정부도 물가 상승 때문에 함부로 돈을 쓰기도 어렵다는 거 안다. 그래도 정부가 뭔가 해줬으면 좋겠다. 이러려고 세금 냈던 것 아닌가? 산업은행은 대기업이 자기들 잘못으로 망했는데 나서서 도와주면서 왜 우리는 관심도 두지 않는 걸까?

폐업하고 싶다. 나도 양심은 있다. 부채 탕감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신용불량자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출금이라도 갚게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식당 7년 했는데 식당 일은 잘할 자신이 있다. 근데 나이가 많아서 누가 써줄까 싶다. 벌써 점심시간이 다 끝나간다. 오늘 점심에 김치찌개 두 그릇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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