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관광 플랫폼' 육성 시급하다

입력 2022-07-01 17:26   수정 2022-07-02 00:05

해외에 사는 동포들이 어깨가 으쓱한 경험을 하는 게 요즘처럼 많은 적은 없었다. 필자가 사는 미국에선 TV나 신문에 1주일이 멀다 하고 BTS 등 K팝, K드라마, K무비, K푸드에 대한 소식이 꾸준히 전해진다. 미국 동료 교수 중에도 한국 사람들은 춤을 다 잘 추는 것 같은데, 저자에게도 춤을 평소에 연습하냐는 ‘농담성’ 질문을 하고는 한다. 실로 한국 문화의 대부흥을 실감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마무리되면 외국인의 한국 방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은 한국을 방문해서 국내 관광을 하려고 온라인 검색엔진으로 정보를 찾다 보면 외국계 온라인 여행사(OTA) 플랫폼이 제안하는 항공권과 호텔들 일색이다. 물론, 4대 글로벌 OTA 플랫폼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97%에 달한다는 통계를 고려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단, 이 글로벌 기업 중 우리 기업의 자리는 없다. 답답한 점은 해외 방문자가 늘어도 그 실익은 외국계 OTA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핵심 산업인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관광산업을 굴뚝 없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친환경 수출기업과 동체로 보는 것이다. 일본도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8년 관광청 신설과 지속적 육성정책 시행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관광 경쟁력지수에서 최근 세계 1위에 올랐다.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세계 평균 약 10%에 이르나, 아쉽게도 한국은 2.8%로 OECD 36개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관광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선진국으로 진입한 상태에서 더욱 명확하다.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서비스산업 중심의 선진국형으로 바꾸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뤄지는 제조업과 달리, 관광산업은 고용 부문에서도 크게 기여함은 물론이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지역 소멸 대책으로도 효과가 크다. 여행객들이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소득을 높여주고 지역 발전을 견인하거나 지역 소멸을 막는 직접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새 정부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외 OTA 플랫폼 기업의 국내 시장 선전은 한국 관광시장의 국제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기는 하다. 다만, 국내 OTA와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글로벌 OTA 플랫폼 기업은 본사가 해외에 있다 보니 국내법이나 규제 적용에 예외로 처리되는 사례가 많다. 또한 해외 OTA를 통한 거래의 경우 한국 호텔 등 관광사업자들이 납부하는 중개수수료가 국내 OTA보다 많게는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올린 수익에 대해 세금을 합당하게 내는지는 확인조차 쉽지 않다. 그런데도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OTA 기업의 수수료와 광고비가 지나치다고 지적받았지만, 해외 OTA는 감사 대상에도 포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의 오랜 역사와 문화의 깊이를 고려해 보면 분명 K문화 콘텐츠는 앞으로도 세계시장에 더 보여줄 저력이 있다. 현재의 유리한 상황을 국가적 이익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글로벌 K-OTA 플랫폼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K문화 콘텐츠산업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이벤트들을 K-OTA에서 구매하게 한다면 세계인이 분명히 인지하며 사용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외국인이 제3국을 여행할 때 사용하는 진정한 글로벌 K-OTA 플랫폼이 실현되면 자연스레 한국 관광산업의 글로벌화가 이뤄진다. 즉 관광산업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근본적 해결이 쉽지 않은 청년실업 문제와 고령화로 인한 지역 소멸 대책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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