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그동안 당위론과 구호만 넘쳤던 공공개혁이 첫발을 뗀 셈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비대해진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은 다시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공공기관에 투입된 정부 지원금은 최근 2년간에도 50%씩 늘어 지난해에는 117조원에 달했다. 과도한 성과급을 비롯해 비상식적 임직원 복리가 논란이 된 적도 한두 차례가 아니다. 빚더미 한전은 1조원이 드는 공과대학 설립에 내몰렸다가 새 정부의 특별관리를 받게 됐다.
부실로 치면 공기업뿐 아니라 330개 공공기관 모두 예외가 아니다. 개혁의 방향과 수준에서도 자산 매각, 사업 구조조정, 투자계획 수정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나 ‘공공 기여’라며 덩치만 키워놓고 결국 재정에 기대는 잘못된 시스템과 체질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 한계 공기업은 아예 정리하고,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공기업은 민간 매각 등으로 책임 경영을 도모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재정 낭비 근절책 이상의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
국가 공기업을 넘어 지방 공기업으로 가면 사각지대는 더 많다. 다행히 어제 임기를 시작한 8기 민선 시·도지사 중 상당수가 공공 구조조정의 기치를 내건 것은 고무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8개인 산하 공공기관을 10개로 줄여 연간 예산을 1000억원 정도 감축하겠다고 나섰고, 김동연 경기·박완수 경남·김진태 강원지사 등도 비대해진 조직 개편 및 보조금 삭감 계획을 밝혔다. 취임 때 한 번쯤 하는 다짐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내고 4년 뒤 주민 평가도 받기 바란다.
14개 부실 공기업에 대한 이번 정부 조치는 공공개혁의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각 부처와 청(廳) 등 정부 기관까지 대상이 돼야 한다. 행정부가 마른 수건도 더 짠다는 각오로 군살 빼기에 나서야 국회 법원 등 여타 국가기관에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 시·군·구 등 기초 지자체와 지방 공공기관으로 가면 개혁 대상과 과제에 끝이 없다. 길은 멀고 난제는 쌓여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