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가 쌓이는 가운데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마저 비상등이 켜졌다. 올 들어 5월까지 10~20%대 증가율을 보였던 수출이 지난달 5%대로 둔화되면서다. 미국 등 세계 경기 침체로 하반기엔 수출마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 결과, 수출 대기업은 올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0.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690억2000만달러)와 석유제품(303억8000만달러), 석유화학(300억9000만달러), 철강(207억7000만달러), 바이오헬스(92억5000만달러), 2차전지(47억1000만달러) 등 6개 분야가 역대 상반기 수출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원자재값 급등으로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6.2% 급증하면서 무역수지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석유류 제품과 산업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입이 늘었다. 올 상반기 비철금속은 127억3000만달러, 철강재는 138억달러 수입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억5000만달러, 31억6000만달러 늘었다. 농산품 수입도 135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하지만 단지 화물연대 파업이 문제는 아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면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2.9%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 기준 1000대 기업 중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12대 수출주력 업종에 속하는 150개사로부터 설문을 받은 결과, 이들 기업은 올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0.5%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응답 기업의 44%는 하반기 수출이 1년 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특히 전기·전자, 철강, 석유화학·석유업종 기업들은 하반기 수출이 1.1~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수출 감소를 예상한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41.2%), 해상·항공 물류비 상승 등 공급망 애로(21.9%)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수출 기업들의 애로를 듣기 위해 인천 남동공단을 찾았다. 산업부는 오는 13일 장관 주재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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