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보다 여성의 치매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성 폐경 때 나타나는 뇌 변화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는 독일 신경 퇴행 질환 센터 인구 보건 과학 실장 모니크 브레텔러 박사 연구팀이 남녀 341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연구에 참여한 대상의 평균 연령은 54세, 이중 여성이 58%를 차지한 가운데 여성 중 59%는 폐경 여성이었다. 전체의 35%는 혈압이 높았고, 이중 절반은 혈압이 조절되지 않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뇌 MRI를 시행해 뇌 백질 변성(white matter hyperintensity)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했다. 뇌 백질 변성이 심해지면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이 끊어져 치매 또는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폐경 전 여성은 비슷한 연령의 남성과 뇌 백질 변성 정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폐경 여성은 비슷한 연령의 남성보다 백질 변성이 심했고, 폐경 후 백질 변성의 진행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폐경 여성은 비슷한 연령의 폐경전 여성보다도 백질 변성의 정도가 심했다.
연구팀은 "이는 폐경 여성에게 중요한 전환점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다만 뇌의 이 같은 변화가 폐경 자체 때문인지, 폐경의 결과인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고 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백질 변성이 더 많았지만, 폐경과는 연관이 없었고, 부족한 호르몬을 투여하는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은 폐경 전이나 후나 백질 변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RT가 뇌를 노화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피츠버그 대학의 레베카 서스턴 박사는 "폐경 때 뇌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여성 호르몬의 감소가 아니라 폐경에 의한 안면홍조 또는 수면 장애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논평했다.
한편, 서스턴 박사는 북미 폐경학회(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회장을 역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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