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자 카를 포퍼(1902~1994)는 “삶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사는 동안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또 해결책을 찾으려 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도 있고, 반대일 때도 있습니다. 그게 삶인 것이죠. 포퍼의 말은 참으로 음미할 만합니다.
인류 문명도 그랬습니다. 인류는 인류 전체에 닥친 문제를 풀어가면서 진화해왔습니다. 식량은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먹고사는 것보다 더 근원적인 게 있을까요?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는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 즉 식량 문제를 누구보다 깊이 고민한 학자였습니다. 그는 길을 걸으며 생각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식량이 생산될 수 있을까?” 당시 영국에선 산업혁명으로 일자리와 소득이 증가하면서 인구도 급증했습니다. 먹고살기가 좋아지자 출산율이 높아진 겁니다.
맬서스에게 ‘영국 사태’는 너무도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1, 2, 4, 8, 16…)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1, 2, 3, 4, 5…)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인류는 결국 굶주림에 허덕일 것이다.” 그는 비관론을 묶어서 1798년 《인구론》을 썼습니다. 그는 인구를 줄이는 방법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빈민층을 대상으로 불임수술을 시키자.” 맬서스가 요즘 살았다면 ‘아웃’당했을 겁니다.
그는 경제학으로 이 문제를 표현했습니다. ‘수확체감의 법칙.’ 수확체감은 ‘무엇인가를 생산할 때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 투입을 늘리면 총생산량은 증가하지만,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생산량 증가분 즉, 한계생산은 점차 줄어든다’는 걸 말합니다. 맬서스는 인구가 늘면 농사에 투입하는 농부를 늘릴 수 있지만, 토지 규모는 일정하므로 농부 수를 늘려봐야 농산물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겁니다. 식량과 인구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 결국 식량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맬서스 함정)에 도달한 거죠.
맬서스의 인구 증가 시각은 옳았습니다. 2022년 전, 그러니까 예수가 탄생할 당시 지구 인구는 2억5000만 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1600년 5억 명, 1800년 10억 명, 1920년 20억 명, 1930년 30억 명, 현재는 70억 명이 넘습니다. 인구 증가율을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인류사 초기 200만 년 동안 증가율은 연 0.001%를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 1만 년 전 농업이 시작된 이후 인구 증가율은 연 0.036%로, 첫 1세기 후엔 연 0.056%로 높아졌습니다. 1750년 이후 증가율은 연 0.5%로 상승했고, 20세기 초에는 1%를 넘었습니다. 토끼처럼 새끼를 낳는다고 우려했던 맬서스를 우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기 아일랜드의 대규모 기근과 잉글랜드 식량 폭동, 농사 폭망은 종말론을 부추기기에 충분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포퍼의 말로 돌아가 봅시다. “삶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듯 인류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맬서스는 인류 문명의 장기 트렌드를 읽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찾아내고야 마는 인류의 본성 말입니다. 농업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겁니다. 매트 리들리라는 과학저술가는 “1961년의 식량 생산력으로 1998년 세계 인구 60억 명을 먹여 살리려면 79억 에이커가 필요하지만, 실제 경작 면적은 37억 에이커에 불과했다”고 말했어요. 칠레를 제외한 남아메리카 땅만큼 농지가 절약됐다는 뜻입니다. 77억 명인 지금 인구를 1961년 생산력으로 먹여 살리려면 지구 육지 전체가 투입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인류가 찾아낸 녹색혁명 덕분입니다. 집약 농업과 비료, 첨단 물 공급, 곡물 개량 같은 기술은 더 적은 땅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전쟁과 독재 정치 같은 외부 요인이 없다면, 맬서스의 종말론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국은 앞으로 큰 빌딩 안에서 먹거리를 재배해 공급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땅을 이용하지 않는 수경재배는 기술적으로 이미 완성돼 있거든요. 요즘엔 출산율이 너무 떨어져서 문제라고 합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고민했던 내용을 알아보자.
3. 인류가 식량 문제를 해결한 방법을 녹색혁명 차원에서 찾아보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