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막대한 피해 입은 조선, 승전·패전 주장 엇갈려…조선군·백성 22만여명 사망하고 농토 3분의 1 유실

입력 2022-07-04 10:00  

임진왜란의 결과로 본 조선의 패배
임진왜란이 왜 패전인가는 전쟁 발생과 진행 과정, 전투 상황,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592년 4월 일본 규슈 북부의 다이묘인 고니시 유키나가가 대마도 병력을 선봉으로 700척에 1만8700명의 병력으로 부산에 상륙했다. 부산진 첨사인 정발은 전사하고 군대는 패배했다. 이어 벌어진 동래성 전투는 하루를 못 견딘 채 패배했고, 송상현은 전사했다. 가토 기요마사의 2만2000여 명과 구로다 나가마사 등의 군대도 함께 상륙했다. 불가사의하지만 봉화체제의 문제로 왕궁은 4일째에야 침공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정에서 급파한 이일은 상주 전투에서 패배했고, 이어 북방에서 맹위를 떨친 신립 장군이 기병 8000여 명 등 1만6000명의 군사로 일본군의 북상을 저지했다. 하지만 그 또한 남한강변의 탄금대에 친 배수진이 실패하며 대패했다. 일본군은 3개 방면으로 나눠 빠른 속도로 북상했다. 당황한 선조와 사대부들은 피난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소수의 인원으로 도성을 탈출했다. 임해군과 광해군 등 왕자들을 군사 모집을 목적으로 북방으로 출발시켰고, 황급하게 전시동원체제를 구축했다.

선조 일행은 평양에 도착했고, 곧이어 한양이 불과 20일 만에 함락당했다. 무저항 상태에서 일본군이 파죽지세로 진격한 것이다. 다시 의주로 피난 온 선조는 압록강을 건너 요동으로 가고자 요동 총독에게 사신을 파견했다.

반면 이덕형, 이항복 등의 신하들은 선조를 말렸다. 비변사 당상인 신잡은 “요동을 건너면 필부(匹夫)가 되는 것입니다. (…) 여러 장수는 패배가 아니라 임금이 요동으로 건너는 일을 두려워합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다행히 선조는 요동 측의 비협조 등 현실적인 원인도 작용해 의주에 주저앉았다.
임진왜란 초기 조선이 밀린 원인
조선은 전쟁 1단계에서 왜 이렇게 완벽히 패배했을까.

첫째, 조선은 국제질서의 변화와 일본의 상황을 몰랐다. 쇄국정책과 사대교린을 기조로 삼았지만, 정작 일본과의 외교 관계는 부실했다.

일본의 내부 상황 등 여러 이유로 100년 이상 통신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당연히 전국시대의 독특한 정치체제, 포르투갈식 조총 등으로 무장하고 훈련된 강력한 군사력,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망과 성격, 전쟁 도발의 진정한 의도 등을 파악하는 데 미숙했다. 무엇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질서의 메커니즘에 서툴렀다.

상황 파악을 목적으로 파견됐던 부사 김성일은 귀국해 “그런 (침공) 정상은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황)윤길이 장황하게 아뢰어 인심이 동요되게 하니 사의에 매우 어긋납니다”라고 보고했다. 뛰어난 성리학자이며, 전쟁 발발 후에는 전선에서 의병들을 지원하는 등 활약하다 죽은 인물인 그는 성리학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역사와 백성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놀라운 사실은 훗날 전쟁 승리에 큰 역할을 한 류성룡조차 그의 말에 수긍한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국내외적으로 조선을 침공할 필요성이 있었고, 개인적인 야심도 컸으므로 ‘정명가도’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둘째, 군사동원체제가 미흡하고, 군사의 자질과 훈련이 부족했다. 조선은 ‘삼포왜란’ 등을 당한 뒤에도 방어체제를 강화하고 군대를 증강하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물론 ‘진관체제’에서 ‘제승방략체제’로 전환하고, 군적을 정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중종 때는 ‘군포’를 받아 대신 군적을 면제해주는 ‘군적수포제’ 때문에 양반은 국방의 의무에서 면제됐다. 이런 상황에서 병력을 15만 명 정도로 계산하지만, 대규모 국제전에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허약했다. 또 적의 핵심 무기인 조총을 기증받아 직접 봤음에도 그 성능을 경시했고, 사용은 고사하고 방어훈련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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