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 속에서 타인을 욕하는 내용의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무심코 보내기도 하는데요. 이제부터는 조심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모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관리소장을 욕하는 내용의 문자를 아파트 환경미화원, 컴퓨터 수리기사 등에게 보냈다는 이유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을 통해 확정되기도 했습니다.
문자나 카톡이 '모욕죄'로 처벌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자 내용에는 “사기치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고단수 사기꾼X”이라거나 “B에게는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아깝다”, "소름끼치게 더럽고 추악한 악취나는 오물"는 식으로 원색적인 비난이나 욕설이 담겼습니다. 이에 결국 재판에까지 넘겨지게 된건데요.
사실 1심은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유는 '공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공연성이란 모욕성 발언을 여러사람이 인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B씨와 미화원의 관계 등에 비춰 미화원이 문자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연성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2심은 이를 뒤집고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문자메시지에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이윱니다.
앞서 말한 공연성부터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쉽게 풀면 다수 앞에서 험담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모욕적인 언사를 사무실 한 가운데나 길거리 한복판에서 했다면 불특정 다수가 이를 들을 수 있겠죠. 이를 모욕죄의 성립요건인 '공연성'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연성을 인정받는 방법은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전파가능성'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모욕성 발언을 소수에게 했더라도, 소수가 다수에게 이 발언을 옮길 개연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번 사건에서는 아파트 미화원이나 컴퓨터 수리기사 등이 관리소장에 대한 욕 문자를 타인에게 퍼다나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죠.
퍼다나를 가능성은 '피해자'와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판단이 납니다.
피해자와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아무 관계가 아니면 전파가능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더 커집니다. 반면 피해자와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친하거나, 가족인 경우는 처벌받지 않게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슨말이냐고요? 저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C라는 사람의 욕을 담은 카톡이나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해봅시다. 제가 이 메시지를 C씨의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보내면 모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반면 제가 C씨와 친하지 않은 지인이나,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처벌받는다는 겁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대법원 관계자는 "모욕죄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지위를 하락시키는 범죄행위를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신적 피해는 형벌이 아닌 민사의 영역이 되는 것이죠.
일상생활에서 카톡으로 하는 수많은 대화 중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나 주변사람들의 험담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럼 이와 같은 일들도 처벌 받을 수 있을까요? 법원은 "표현이 원색적인 경우, 충분히 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당사자 없는 단톡방에서 또래 학생의 욕을 했다가 '모욕'이 된다고 인정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중학생 D가 지난해 4월 또래 친구 10명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 피해자 2명에 대한 심한 욕설이 섞인 말을 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이 단톡방에 없는 상태였지만 욕설을 알게 되고, 우울장애와 적응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죠. 이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에서는 '학교폭력'이라는 판단을 내놨는데, D가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피해 학생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의도와 공연성이 없어 명예훼손이나 모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톡방에서 한 욕설도 모욕에 해당해 학교폭력이 맞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욕설 수위 등을 보면 허용 수준의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해 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모욕당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충격받았을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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